괜찮아, 스물넷이야
괜찮아, 스물넷이야
1. 대단하시네요
1999년생, 스물넷.
나는 3년차 영어교사다.
제법 준수한 소개말이다. 고백하건대 내 직업과 나이를 잇따라 밝혔을 때 놀라지 않은 사람은 이제껏 단 한 명도 없었다. 단골 반응들은 이렇다.
그럼 임용고시를 한 번에 통과하신 거예요? 대학교 4학년 때?
네, 그렇습니다.
세상에, 그 어렵다는 임용고시를?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겸손의 미덕을 내포한 대답이다. 후술하겠지만, 좋았던 것 같아요, 가 아니라 실제로 좋았다.
소개는 아직 끝이 아니다. 여기에 부연 설명을 몇 마디 더 얹어주어야 비로소 내 짧지만 다채로운 3년 경력이 완성된다.
그런데, 처음엔 경기도로 시험을 봤어요.
어? 아까 서울에서 근무하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네. 2년차 때 서울로 재임용 시험을 한 번 더 봐서 합격했거든요.
대부분 여기까지 듣고는 입이 쩍 벌어진다. 와, 대단하시네요. 나는 어색하게 웃음을 짓는다.
왜냐하면, 여기서 또 한 번 내 소개말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 치열하게 고민 중이기 때문이다. 교사가 아닌 또 다른 나, 조금 더 내게 맞는 옷을 입고 행복한 웃음을 짓는 사람인 나를.
그러니 이것은 내가 지금보다 더 진짜인 '나'와 그런 나의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미래의 나를 알기 위해, 그리고 현재의 나를 이해하기 위해, 나는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 처음부터 차근히 되짚는다.
괜찮다. 아직 스물넷이니까. 이룬 것도 많고 실패한 것도 많지만, 나에겐 앞으로 새롭게 맞이할 행복의 날들이 가장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