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눈과 파도

by Curapoet 임대식

눈이 내리던 날

더는 볼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의 모습을 찾는다

바람도 없이

수직으로 꼿꼿하게

내리는 눈 속에는

언제나

하염없이 바라보던

파도가 있었다

어린 나의 눈에도

파도는 서글펐다


그리고


거기에 내리는 눈은

더 없이

너를 부르게 했다

너무나 막연하여

너를 고양이처럼

그르릉 그르릉 불렀다


어쩌면 오지 못하고 있을

아니면 차마 올 수 없었을

너는 파도에 묻혀

눈처럼

오는지도 모르겠다

쌓이지도 못하는

눈처럼

왔다가 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끝없이

파도는 밀려오고

눈이 내리는 밤

나는 얼핏 설잠을 설치다가

깬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하고 싶은 사람 혹은 일하고 있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