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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속의 말

by Curapoet 임대식 Mar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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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변화에 인류는 민감했고 그렇게 인류는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해서 직립보행을 시작했다. 해서 지구는 인류의 편을 들었다. 우리들이 손을 사용하면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동시에 인류가 지닌 가장 큰 문제는 바벨탑을 붕괴 시켜버린 언어였다. 소통하지 못하는 인류는 다시 네 발로 지구를 걸어 다녀야 할 수도 있을테니까. 두 발로 서고, 손이 자유로워지고, 몸짓으로, 소리로 소통했다. 그렇게 인류의 언어는 발전했으며 지구는 그러한 강력한 진화를 선택했다.


사람이 하늘과 땅을 이을 수 있는 에너지였음에 대해 유쾌하게 풀고 있는 서원미 작가의 회화는 우리가 ‘살아감’에 대한 의미를 간결하게 받아들이기를 원한다. 필자가 깨달은 바 복잡한 사고의 끝은 늘 고집스러웠다. 결정하지 못하는 삶은 여전히 번거로웠다. 그러나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작가의 인물을 보는 나는 한편으로 느긋했다. 결정하지 않는 것이 결국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서원미 작가는 시대의 변화를 가늠하는 것 중에 사람의 몸짓을 중요하게 여긴다. 팔과 다리, 그리고 몸의 회전이 어디를 바라보고 어디를 향하는지 여전히 애매한 순간의 몸짓을 그린다. 모자의 그늘에 가려진 삶을 사는 카우보이, 그리고 그러한 모자를 상징하는 풍경 속 구름은 일견 가볍고 자유롭게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 우리의 치열했던 삶의 흔적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떠 있는 구름이기 보다는 띄워 올린 구름이지 않을까 싶다.

색이 단순히 시각적 구별을 위한 요소가 아니라 우리 사고의 순간을 대변하고 심지어 정의하는 역할까지 가능하다는 것에 작가는 집중하고 회화적 확장에 대한 소통을 원한다. 따라서 그에게 색은 지구의 대륙이 쪼개지면서 생겨난 각 대륙의 감수성과 문화로부터 시작된, 가장 원시적인 언어 이전의 분류방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작가의 작품들은 현실적인 화면에서 자의적으로 배경을 변화시키며, 우리가 경험하는 일상을 넘어 일종의 초현실적인 공간에 대한 막연한 향수를 찾는다. 그렇기에 그림 속의 사람이나 사물 그리고 풀잎조차도 시대를 직접 겪고 있음에 대한 격렬한 몸짓과 행위를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장 현실적일 필요가 있을 때, 우린 상당한 일탈을 꿈꾼다.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일에 대해 기대하고 또 기대한다. 그러나 결국 그 현실은 일어난다. 서원미 작가의 세계는 그래도 여전히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찾는다. 작가가 화면을 천천히 혹은 빠르게 대하는 그 표정과 몸짓에서 우리는 지금 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시대를 반영하는 색과 상징들, 결국 우리가 이 지구에서 어떠한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지 작가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띌 정도의 위트로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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