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성 성격장애를 가진 본인을 위한 글 2
친구든 애인이든 더 이상 나를 만나고 싶지 않아 할 때가 있다.
그렇게 되면 버려졌다는 기분(유기불안)에 빠져서 후회할 일들을 저지르기 쉽다. 그러한 일들이 조금이라도 적어지도록 내가 누군가와 이별을 했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적어보겠다.
이별 직후에는 가족들이나 편한 사람 곁에 있어라. 혼자 있고 싶겠지만 일단 잠시는 혼자 있지 않는 것이 좋다. 직후에는 더 극단적인 행동이 나타나기 쉽다. 혼자 무언가 일을 벌이는 것을 못 하도록 잠시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다. BPD로 인한 충동적인 행동을 막는 것은 어떠한 말을 듣거나 읽는 것보다는 상황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훨씬 도움 되었다. 어차피 충동적인 행동은 설득되지 않는다. 무어라 말을 해줘도 멈출 수 없다. 시간이 흐르고 잠도 자고 일어나야 충동성이 사라진다. 어딘가 가야겠다는 충동이 들면 막차가 끊길 때까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놓여라. 자차가 있다면 차키를 누군가에게 줘버리고 택시를 타야겠다면 지갑을 숨기든 해라. 강한 충동성이 이미 찾아왔을 때는 상황을 제한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자살, 자해 협박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행동이 정말 자해를 하고 싶거나 죽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 아님을 인지해라. 그리고 그런 협박은 오히려 이별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자살충동이 들 때에는 두 번째 문단에서 말했듯이 혼자 있으려 하지 마라. 자살 협박을 위한 자살시도여도 말이다. BPD환자의 자살률은 높다. 비이성적인 감정 속에서 자살시도는 무조건 후회를 불러온다. 자해든 자살시도든 후유증은 유기불안이 주는 큰 약점이다.
감정을 글로 쓰든, 친구와 이야기를 하든 쏟아내 보자. BPD의 감정 변화 폭은 매우 커서 혼자 감당하기 힘들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안정을 찾기 위해서 감정을 쏟아내 버릴 필요가 있다. 이때 친구나 가족에게 감정을 쏟아내다 그들에게도 유기불안 때문에 집착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증상이 나오는 것을 느끼면 차라리 글을 써라. 유기불안의 확장은 오히려 더 많은 이별을 불러올 수도 있다. 유기불안으로 인한 집착이 또 하나의 이별을 불러오면 유기불안은 당연히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감정이 다스려졌다면, 갖고 있는 병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 나는 <잡았다, 네가 술래야>, <사랑의 기술>등의 책을 읽었고 특히 전자는 BPD의 특성이 나와있어서 나의 비뚤어진 행동, 사고를 인지할 수 있었다. 책을 읽는 것이 힘들다면 정신과 의사가 만든 콘텐츠라도 보아라. 병식을 갖는 것은 치료에 큰 도움을 준다. 그렇지만 비전문가가 만든 (이 글을 포함한다.) 자극적인 콘텐츠는 자기혐오를 불러올 수도 있으니 정보를 잘 분별하여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BPD를 검색하면 BPD가 있는 사람은 최악의 환자라고 단정 짓는 자극적인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의사면허가 있는 것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정보를 선별하여 받아들이는 연습도 필요하다.
이별을 했다면 이별상황에서 얻는 감정을 이겨내어야 하는 것이지 이별상황을 봉합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BPD환자들, 어쩌면 그저 이별을 겪은 일반사람들이라도 유기불안에서 건강히 벗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들은 이별을 한 번 이상 겪는다. 우리는 이별을 받아들여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