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먹은 솜사탕처럼

by 여연경

몸이 물을 잔뜩 머금은 솜 같은 날이 있습니다. 솜 같은 몸이 무거워지고 정신은 녹아듭니다. 몸이 솜이라면 정신은 솜사탕입니다. 정신은 아득한 물속에서 녹아 잠깁니다. 물을 먹어 무거워질 뿐만 아니라 물 그 자체로 변합니다. 조울에서 울이 오면 그렇습니다. 물에 젖은 솜을 뛰어넘어 물에 젖어 사라진 솜사탕이 됩니다. ‘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울이라는 액체에 내 뇌로 만든 솜사탕은 녹아 스며듭니다. 자극적인 글을 쓰고 자극적인 제목의 책을 내면 자극적인 책에 이끌려 구매해 주시는 것을 느낍니다. 저는 자극적인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자극적인 것에 노출된 사람일 뿐이지 본래 자극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가끔은 이런 자극적인 조울이 사라지면 나의 글의 가치는, 재미는 녹아 사라질까 싶습니다. 유서를 쓰고, 우울해하고, 투신을 하는 저는 자극적입니다. 이런 제가 다 낫는 것이 저의 자아파괴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감정의 표현은 그렇습니다. 쾌락에 젖으면 단순해지고, 우울에 녹으면 복잡해집니다. 우울에 녹은 저는 다양한 표현을 합니다. 저는 불행한데 아이러니하게 책은 불행할수록 잘 팔립니다. 불행한 사람이 적길 바라면서 책이 많이 팔리길 바랍니다. 이상합니다. 미래는 암담하고 자신 없습니다. 작가로서 생활비를 벌어나간다는 것은 솜사탕이 녹지 않는 일만큼이나 힘듭니다. 그럼에도 써내려 갑니다. 저의 우울을 좋아해 주시는 독자분들과 저의 조증을 좋아해 주는 친구들이 존재합니다. 저의 조울을, 저의 평탄한 감정을 좋아하는 이도 있습니다. 모두가 저의 모든 감정을 좋아해 줄 수는 없는 걸까요. 저조차 저의 모든 감정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런 것을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요. 이건 사실 모두가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해서 생긴 일 아닐까요. 나의 우울을 보고 공감하고 행복을 얻기 위해, 나의 기쁜 모습을 보고 행복을 얻기 위해 제 감정에서 원하는 감정만을 취해가기 때문에 생긴 일 아닐까요. 제가 아프지 않길 바라는 이들의 바람도 본인이 날 보고 슬프지 않기 위한 바람뿐인 것을 알아버렸습니다. 모든 이들은 자기만 생각합니다. 남을 생각할 줄 모릅니다. 남을 생각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본인의 안에서 남을 빚어내어 생각하는 것뿐입니다. 남이 아니라, 본인이 만들어낸 하나의 오브제인 것입니다. 이건 부정적인 견해가 아니라 사실이며 이 사실을 알아야 주체적으로 굴 수 있게 됩니다. 의존성이 짙은 사람도 사실은 본인의 안에서 의존대상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의존적인 사람에게 밥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밥을 지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으니까요. 저는 많이 의존적이었습니다. 자아가 없었습니다. 대학이 저에게 전부였고 대학이 제 안에 들어오지 않으니 애인을 제 안으로 들였습니다. 제 안에 제가 없었습니다. 저는 자아가 없고 감정만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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