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래의 첫 키스, 그리고 고백

홋카이도 그녀 , 이나래-34화

by 파랑몽상

홋카이도의 여름밤, 첫사랑의 설렘이 찾아왔다.
처음 나누는 따뜻한 포옹과 떨리는 첫 키스.


소에다의 시선이 입술에 머무는 순간, 나래는 심장이 목 끝까지 차올라 숨이 막히는 걸 느꼈다.

숨이 막힐 듯 떨렸지만, 눈을 피할 수 없었다.

그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나래는 본능처럼 그의 팔을 붙잡았다.

마치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작은 배가 닻을 붙드는 것처럼.

입술이 닿자 세상이 고요해졌다.

풀벌레 소리도, 여름밤의 바람도 사라지고, 두 사람의 심장 소리만이 남았다.

처음엔 긴장으로 굳어 있던 그의 입술이 곧 부드럽게 풀려 나래의 떨림을 감싸주었다.

그 순간, 나래의 심장은 폭풍처럼 요동쳤다. 숨조차 잊은 채, 온몸이 그 떨림에 휩싸였다.

키스가 끝나자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나래는 소에다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속삭였다.

"선생님… 저, 이 모든 게 처음이라서… 너무 부끄러워요."

소에다는 나래를 더 단단히 끌어안았다.

그의 심장 소리가 나래의 가슴에 그대로 전해졌다. 놀랍게도, 나래의 것만큼 빠르게 뛰고 있었다.

"알고 있었어."

그가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으며 낮게 속삭였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어.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소중해."

후카가와의 여름밤. 별빛과 달빛이 고요히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그날 밤, 나래는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이렇게 따뜻하고, 이렇게 떨리며, 이렇게 소중한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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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안겼어


"나래! 오늘은 귀가가 늦었네?"

아파트 복도에 울려 퍼진 발자국 소리에 안드레아가 문을 열고 나왔다.

"아직 안 자고 있었어?"

나래는 반가운 얼굴로 안드레아를 안았다. 어깨너머로 전해지는 그녀의 체온이 따뜻했다.

"당연히 너를 기다리고 있었지. 근데 나래..."

안드레아가 나래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 무슨 일 있었어?"

안드레아는 자연스럽게 나래의 집 안으로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

나래는 몸을 깊숙이 소파에 기대며 쿠션을 끌어안았다.

"그게... 오늘 일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소에다 선생님을 만났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더라고."

"정말? 나랑 술 마시고 헤어진 후에 바로 집에 갔을 줄 알았는데."

안드레아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역시 소에다, 로맨틱하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나래는 쿠션을 더 꼭 껴안으며 작게 속삭였다.

"따뜻하게 안아주시고… 그리고… 나, 오늘 첫 키스 했어."

나래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려 얼굴을 가렸다.

"키스? 정말? 진짜야? 평소엔 너에게 엄청나게 조심스럽게 다가오시는 분이시잖아."

안드레아가 놀란 눈으로 나래 옆에 다가와 앉았다.

"첫 키스라니, 나래! 그건 기념할 만한 일인데. 그런데 그게 다야?키스만 하고 끝났다고?"

나래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안드레아, 뭘 상상하는 거야? 딱 키스까지였어. 그런데도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고. 선생님 심장 소리도 얼마나 크게 들리던지… 우리 둘 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니까."

안드레아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나래의 어깨를 다정히 토닥였다.

"둘 다 정말 순수해. 소에다도 너한테 정말 조심스러운 것 같고... 우리 나래를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고 있구나."


친구의 새로운 사랑 이야기


"그런데 나래, 너만 행복한 일이 있는 게 아니야."

안드레아가 부엌으로 가서 칼루아를 꺼내며 말했다.

"네가 요즘 소에다와 바쁘게 지내는 동안, 나도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내가 이 소식을 전해주고 싶어서 지금까지 너를 기다린 거야."

"남자친구? 진짜야? 누군데? 일본 사람이야?"

"노! 일본 사람 아니야. 기억나? Keith. 후카가와 외국인 모임에서 만났던 캐나다 영어 강사.

키 190 넘는 그 남자. 몇 번 같이 술자리를 가졌는데 생각보다 잘 통하더라고. 그래서 우리는 바로 사귀기로 했어."

나래는 진심으로 기쁜 표정을 지으며 박수를 쳤다.

"와! 캐나다에서 온 Keith! 학교에서 몇 번 만났는데 정말 잘생겼잖아. 나한테도 항상 친절하게 인사해 주던데. 내가 네 친구인 거 알고 그러는 거였구나!"

"맞아. 그런데 우리는..."

안드레아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너희보다는 훨씬 진도가 빨라. 그 정도만 알고 있어."

안드레아는 새침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이런 날엔 칼루아 한 잔은 해줘야지. 내가 맛있게 만들어줄게."


홋카이도의 여름밤


둘은 칼루아 밀크를 마시며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달달한 칼루아의 진한 커피 향과 달콤한 알코올에 은근히 취기가 올라왔다.

홋카이도의 8월 초, 창문을 열어두니 선풍기도 필요 없을 만큼 상쾌한 바람이 불어왔다.

창밖에서는 자작나무가 사사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서울의 후덥지근한 여름과는 너무나 다른 청량함이 나래의 마음까지 가볍게 만들었다.


안드레아가 돌아간 후, 나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적당한 취기와 적당한 바람, 그리고 충만한 마음 때문인지 나래는 잠이 오지 않았다.

소에다와 키스했던 감촉이 그대로 입술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 그의 심장 소리, 따뜻한 체온, 은은한 향기까지 그대로 다시 떠올랐다.

'정말 사랑이라는 게 내게도 찾아온 걸까?'

창밖의 둥근달을 바라보며 나래는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그저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자신이, 여기서는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여전히 불안함은 있었지만,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 곁에서 이 사랑을 지켜나가고 싶다는 마음은 더 커졌다.

나래는 숨소리가 점점 가라앉더니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작가의 말

어제부터 사랑의 설렘과 첫 키스 장면을 쓰느라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니 예전의 감정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고, 그 빈자리를 글로 채워보려 애썼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감정이 조금씩 굳어 간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만큼 표현이 조심스러워지고, 글을 쓰는 일이 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오늘도 용기를 냅니다.
오늘도 제 이야기에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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