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그녀. 이나래-35화
홋카이도의 8월, 첫사랑의 여운이 아직 가슴에 남아있던 그 다음날.
나래는 어제 밤 소에다와 나눈 첫 키스의 감촉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안드레아와의 브런치 약속이 있던 날이었다.
안드레아와 약속한 10시에 그녀 집의 벨을 눌렀다.
대답이 없었다.
나래는 살며시 문의 손잡이를 돌려 보았다.
문이 스르르 열렸다.
"안드레아! 자고 있어? 뭐하고 있어?"
나래는 언제나처럼 스스럼없이 안드레아의 집안으로 들어갔다.
샤워실 안쪽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안드레아~ 샤워하고 있어?"
"어? 나래 왔어? 지금 샤워 중인데 잠깐만 기다려줘!"
안에서 안드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래는 조심스럽게 안드레아의 거실로 들어갔다.
"안드레아... 이불도 정리 안 하고..."
나래가 이불을 들추려고 하는 순간 이불 안에서 익숙하지 않은 남성용 향수 냄새와 로션 향이 진하게 퍼져나왔다.
"오! 이런~ 나래!! 내가 실수했어! 들어오면 안 돼!!!"
다급한 소리가 들리기 전, 이불 안에서 남자 한 명이 벌떡 일어서는 모습이 나래의 눈에 들어왔다.
안드레아는 다급하게 타월로 몸을 가리고 샤워실에서 뛰어나왔다.
그러나 이미 거실에는 속옷 차림의 백인 남성이 서 있었다.
순간 당황한 기색이 스쳤지만, 곧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태연하게 말했다.
“Hi, Narae~.”
마치 이런 상황이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는 듯, Keith의 미소에는 장난기와 뻔뻔함이 배어 있었다.
국제교류회에서 몇 번 마주친 적 있는, 바로 그 Keith였다.
안드레아와 함께 본 적이 있기에 낯설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간단한 차림으로 맞닥뜨린 건 처음이라
나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허겁지겁 샤워실에서 나온 안드레아가 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미안 나래. 어제 Keith랑 술 마시고 우리 집에서 잤어. 그래서 너와 오늘 브런치 약속 있었던 것도 깜빡했네."
Keith는 이불을 몸에 걸쳤다.
"나래! 미안해, 당황했지. 이렇게 속옷 차림으로 대면하게 될 줄이야. 나는 그럼 샤워하러 갈게."
Keith는 나래에게 찡긋 윙크를 하고 샤워실로 향했다.
안드레아는 나래 앞에 아몬드 향이 나는 커피를 내놓았다.
"어제 밤, 나는 Keith와 정말 행복했거든! 나래~ 너도 곧 이런 기분을 알게 될 거야."
나래는 얼굴이 화끈해졌다. 그러면서 어제 밤 소에다와의 첫 키스가 떠올랐다.
"그래! 넌 진정한 어른이다! 부럽다."
나래는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며 주제를 바꾸려 했다.
"그럼 오늘 브런치는 다음주로 미룰까?"
하지만 안드레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냐! 오늘 Keith도 같이 갈 거야. 그리고 내가 전에 얘기한 적 있지? 우리 사촌 동생들.
내일 그 두 명이 홋카이도로 한 달 살기를 와. 내일 저녁에 너한테 소개시켜줄게."
Keith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서 능숙한 일본어로 말했다.
"나래, 아까는 진짜 미안. 나도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난 거야!"
젖은 머리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그의 가슴팍을 타고 흘러내렸다.
자연스럽게 영어와 일본어를 넘나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인상적인 아침 인사였어, Keith!"
나래는 Keith의 시선을 피하면서 대화했다.
"나래! 부끄러워서 나의 시선을 피하는 거야? 괜찮아. 나는 전혀 상관없어.
오늘 너와 안드레아의 브런치에 같이 가도 되는 거야? 방해가 되는 거 아냐?"
"전혀 아니야. 나야 같이 가면 좋지. 대환영이야."
나래는 태연한 척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Keith! 우리보다 후카가와에서 오래 살았으니까 분위기 좋은 브런치 가게 알고 있지?"
안드레아의 질문에 그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눈빛이 장난스럽게 빛났다.
"자작나무 숲에 있는 작은 브런치 카페가 있어. 케이코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곳인데 완전 맛있어."
Keith가 다시 윙크를 하면서 말했다.
"너도 분명히 좋아할 거야."
Keith는 테이블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일 년 동안 안드레아는 제 옆집에 살았습니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자주 칼루아 밀크를 함께 나누며 웃고 떠들었지요.
그녀의 남자친구 Keith는, 제가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저를 만나러 한국까지 와 준 고마운 친구이기도 합니다.
그런 캐나다 친구들을 이렇게 소설 속에 등장시킬 수 있다는 게 제겐 큰 행복입니다.
벌써 주말이네요.
제 소설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따뜻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