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아침의 고백

홋카이도 그녀, 이나래 -51화

by 파랑몽상

후라노에서 맞이한 새벽, 따뜻한 소에다의 품에서 깨어난 나래.

잔잔한 아침 속, 흔들리던 감정은 점점 확신으로 바뀌고, 그들은 더 가까워진다.


새벽 세 시, 그가 온 이유

나래는 잠결에 누군가의 기척을 느꼈다.

침대 모서리가 살짝 가라앉는 무게. 조심스럽게 이불을 덮어주는 손길.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손끝.

소에다였다.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시간. 나래는 눈을 뜨지 않았다.

그저 그의 손이 자신의 이마를 쓸어 넘기는 걸 느꼈다.

소에다는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나래의 손을 잡고,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때였다. 나래가 그의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손을 자신의 품 쪽으로 끌어당겼다.

소에다는 잠시 망설였다. 나래는 눈을 감은 채, 조금 더 힘을 주어 그의 손을 당겼다.

소에다는 조심스럽게 나래 곁에 누워 그녀를 품에 안았다. 틈이란 말이 사라진 공간. 따뜻했다.


새벽 다섯 시, 그의 품 안에서

따뜻하다. 그리고 포근하다.

나래는 살며시 눈을 떴다. 창문 틈새로 희미한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소에다의 고른 숨결이 느껴졌다.

그는 나래를 품에 안은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은은한 남성 토너 향이 나래의 코를 간지럽혔다. 숨을 들이쉴수록 마음이 고요해졌다.

시계를 보니 새벽 다섯 시. 한기도 사라졌고, 어제의 지독한 두통도 자취를 감췄다.

모든 게 조금씩, 편안해지고 있었다.


손끝으로 확인하는 온기

나래는 조심스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잠든 얼굴은 평소보다 더 부드러워 보였다.

손끝으로 소에다의 눈썹을 살짝 쓸었다. 그다음엔 이마, 머리카락, 코… 그리고 입술.

살아 있는 온기가 손끝을 타고 고요히 전해졌다.

나래는 조심스럽게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 순간, 소에다는 미소를 머금은 채 눈을 감고 숨을 고르듯 반응했다.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가슴이 조금 아렸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커피 향이 전하는 새로운 하루

나래는 조용히 침대를 빠져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 속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고, 어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얼마나 마신 거야…'

입안을 헹구고, 찬물로 얼굴을 여러 번 씻었다. 그리곤 커피 포트에 물을 올리고, 비치된 드립백을 꺼냈다.

커피 향이 방 안을 부드럽게 감쌌다.

나래는 커피 잔을 들고 창가로 다가갔다.

어스름한 어둠이 아직 머무는 숲. 이제 곧 아침이 찾아올 것이다.

어제와 같은 해가 뜨겠지만, 나래의 마음엔 조금 다른 의미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복잡할 것 없다는 거짓말

어젯밤, 소에다와 나눈 대화가 다시 머릿속에 맴돌았다.

'복잡할 것 없어. 선생님은 그냥 선생님이고, 변한 건 아무것도 없잖아.'

그렇게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거짓말이었다.

'그 여자를… 정말 다 잊은 걸까? 아니면 아직도 마음 한켠에 남아 있는 걸까?'

'선생님 부모님이 날 싫어하면 어떡하지. 나는 한국인이고, 아직 학생인데.'

'혹시 내가 전에 여자 친구와 닮은 곳이 있어서 내가 좋아진 걸까...'

나래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하자. 생각은 나중에 하자. 지금은… 이 순간을 누리자.'


꿈결 같은 고백

나래는 커피 잔을 창가에 조용히 내려놓고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소에다의 품으로, 마치 원래부터 그곳이 자신의 자리였던 것처럼 살며시 그이 품 안겼다.

소에다는 잠결에도 나래를 느낀 듯, 팔을 살짝 조이며 나래를 그의 가슴 가까이로 끌어당겼다.

나래는 그의 가슴에 귀를 댔다. 작은 새처럼 조심스레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나래의 마음도 함께 울렸다.

"나래가 좋아. 너무 좋아."

소에다가 꿈결처럼 속삭였다.

나래는 그의 입술에 다시 입을 맞췄다. 이번엔 조금 더 길게.

소에다는 나래를 더욱 꼭 안아주었다.

지금 이 순간, 오직 둘만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어제의 눈물도, 복잡했던 생각들도, 모두 이 따뜻함 속에서 눈 녹듯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홋카이도 그녀 이나래  브런치 이미지 51화.png

✍️ 작가의 말

홋카이도의 차가운 아침이 따뜻한 사랑으로 물들어가는 순간을 그려보았습니다.

때로는 말보다 침묵이, 설명보다 포옹이 더 많은 것을 전한다고 믿습니다.

나래와 소에다의 조심스럽지만 진실한 감정이 여러분께도 전해지기를 바라면서요.

여러분에게는 어떤 사랑이 있으신가요?

누구나 꿈꿔본 사랑이 있겠죠?

저에게 한번 들려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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