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군산은 왜 섬의 도시인가
바다는 좀처럼 길을 내주지 않는다.
닿고자 하면 멀어지고, 머물고자 하면 흩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물결에 실려 그 섬에 닿는다.
군산의 해도들.
육지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지만,
그러나 감각이 먼저 가닿는 섬들이다.
개야도.
사람이 머물며 이야기를 쌓아온 섬.
농토와 바다가 나란히 펼쳐지고,
부표가 떠 있는 바다는 그 자체로 한 폭의 풍경이다.
이끼처럼 낮게 깔린 구릉 위로,
오래된 시간이 느리게 눌러앉는다.
죽도.
신우대가 자라는 섬.
대나무 숲이 바람결에 숨을 쉬고,
갯바위엔 낚싯줄이 긴 호흡을 쉬며 바다를 가른다.
도미가 몰려드는 봄,
이 섬은 생명의 결로 살아난다.
비안도. 기러기의 날갯짓을 닮은 지형.
몽돌 해변 아래 노비봉이 우뚝 서고,
동백과 괴목이 얽혀 바람을 감싸 안는다.
‘노래자랑은 말라’는 말이 떠오르는,
멋과 가락이 깃든 섬이다.
연도.
연기가 피어오른다 하여,
혹은 연꽃처럼 바다 위에 떠 있다 하여
이름 붙여진 섬.
한때는 활선어 수출의 전진기지였고,
지금은 자갈밭 위 낚시꾼의 발길이 머무는
고요한 은신처다.
어청도.
물빛이 거울처럼 맑아 붙은 이름.
군산에서 70km, 서해의 가장자리.
개항기부터 어청도 등대가 우뚝 서 있는 곳.
중국과 가까워 항우의 재상 전횡이
망명해 왔다는 전설도 남아있다.
지금도 그를 기리는 제사가 이어진다.
물결은 낮고, 하늘은 멀고,
시간조차 이 섬에 잠시 머문다.
횡경도, 쥐똥섬, 닭섬, 솔섬….
수십 개의 섬이 무리를 이루며 흩어져있다.
아직 '길'이 닿지 않는 해도
배를 타고, 바다 위를 걷듯 찾아가야 한다.
그래서인지, 더 깊고 묵직하다.
시간보다 느리고, 바람보다 오래 남는다.
전설과 숨결, 사람과 파도가
겹겹이 얽힌 풍경이기에
더 또렷한 향과 결을 머금고 있다.
닿지 않았기에 더 스며드는 섬들.
군산이라는 도시의 뿌리는
그 섬들 안에서 향기처럼 이어지고 있다.
이제 곧, 길이 이어질 섬들이 있다.
명도, 말도, 방축도.
그 이야기를 앞두고 잠시 멈춘다.
섬과 섬이 길로 이어지면,
우리는 정말 그 풍경에 더 가까워지는 걸까?
아니면, 잃어가는 건 아닐까?
그 섬들이 오래 품어온 고요와 결들을.
그 질문을 품고,
우리는 다시,
군산의 바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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