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렌딩의 도시, 군산에 취하다
군산이라 불리는 도시는,
본디 하나의 땅이 아니었다.
바다 위로 흩뿌려진 작은 섬들이
제각각의 결을 품은 채 한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안개 낀 새벽, 전망대에 오르면
수면 위로 솟은 섬들이 산봉우리처럼 어깨를 겨룬다.
서로 다른 무늬를 새긴 봉우리들이
마치 한 줄기 산맥처럼 이어진다.
‘산이 무리 지어 있다’는, 군산(群山)이라는 이름은
이 절경에서 태어났다.
16개의 유인도와 43개의 무인도를 가진
고군산군도는 오랜 화산 활동으로 솟아난 섬 무리다.
용암이 굳어 남긴 바위 능선 위로
시간과 파도가 깎아낸 지층의 결이 드러난다.
단층과 절벽, 꺾인 바위선은
이 도시의 뿌리가 지질의 파노라마였음을 들려준다.
견뎌낸 풍상만큼 섬마다 결이 다르고,
각자의 숨으로 향기를 뿜는다.
우리가 ‘군산’이라 부르는 도시는
이 이름이 아니었다.
고군산군도 중 하나인 선유도가 군산이라 불렸고,
이곳에 있던 수군기지가 육지인 진포(당시 옥구군 북면 진포)로 옮겨오며
지명도 함께 이동했다.
그러한 연유로 과거의 진포는 군산이 되었고,
군산은 ‘고(古)군산’이 되었다.
명칭만 바뀐 것은 아니다.
도시의 중심축이 바다에서 육지로 변했다.
태고의 화산 폭발, 중생대 공룡 발자국, 선사시대 조개패총….
인류의 기록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는 군산은
역사의 물길 위에 선봉처럼 서 있으며,
자신만의 기록을 새겼다.
고려 때는 송나라 무역의 기항지로서
송나라 사신 서긍의 책에 남겨졌고,
최무선의 화포로 왜구를 격퇴시킨
진포대첩의 현장으로 남아있다.
조선의 「택리지」에는 “장삿배가 구름처럼 모여들어서 바다 위에서 사고판다.
이것으로써 부유하게 되어…, 그 사치한 것이 육지 백성보다 심하다”라고 남겨져 있다.
물길은 늘 사람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이 도시를 자라나게 했다.
섬에서 육지로, 육지에서 도시로.
바다는 간척되어 길이 되었고,
해산물과 곡물이 만나는 곳마다 삶이 터를 잡았다.
개항 이후 군산은 조선 일곱 번째로 문을 연 항구가 되었고,
최초로 택지개발로 세워진 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그 덕에 ‘일제가 키운 도시’라는 오해도 받았지만,
이 도시가 품은 지정학적 위치, 풍요로운 자원, 쌓인 역사와 문화는
확장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는 숙명이었다.
지금도 군산은 ‘풍요’라는 말이 어울리는 도시다.
없는 게 없고, 부족한 게 없다.
바다건, 육지건.
섬이라는 천혜의 자원이 도시의 매력을 발산하게 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돈이 아니라
여유와 풍미를 찾아 이곳을 찾는다.
바다에서 솟은 도시, 군산.
섬에서 태어난 도시답게
고유의 숨과 결을 간직한 채로
사람들의 감각을 서서히 깨운다.
본 내용은 제 나름의 해석도 섞여있어 역사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발견되면 깊이 이해하여 주시고 댓글로 조언하여 주시면 다음 글 작성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