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바보 종대 25화

에필로그 1 - 성장의 기록

당뇨견과 함께 살기

by 규아

부끄럽지만, 종대의 투병일기는 내 50대 늦은 성장기의 기록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를 돌보지 못한 채, 나이의 숫자만 쌓여온 어른으로 살아왔다. 학교를 다니고, 가정을 꾸리고, 직장에 다녔지만 마음은 여전히 울음을 삼키고 상처를 감춘 아이에 머물러 있었다.


종대가 병들지 않았다면, 나는 끝내 스스로를 마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아이와 함께 머물며 시간을 견디는 동안 나는 오래 숨어있던 내 안의 아이를 불러낼 수 있었다. 간병은 힘겨웠지만, 동시에 나를 멈춰 세우고 단단하게 빚어내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 안에서 ‘연(緣)’이라는 것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가장 믿었던 동료의 배신은 깊은 상처였지만, 뜻밖의 이들이 다가와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순연이 악연으로, 악연이 순연으로 바뀌는 순간들을 보며 알았다. 삶에는 영원히 좋은 인연도, 나쁜 인연도 없다는 것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듯, 인연도 시절에 따라 모양을 바꾸며 스며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행이라 부르던 시간도, 추락처럼 느껴졌던 순간도 모두 나를 성장으로 이끄는 시절인연이었다. 햇살 같은 인연도, 태풍 같은 인연도 결국은 나를 무르익게 하는 과정이었다.


종대는 그 길 위의 이정표였다. 나를 멈추게 했고, 다시 걷게 했으며, 결국 내 안의 아이를 품게 했다. 이 이야기는 단지 한 반려견의 투병기가 아니다. 50대에 이르러 비로소 내가 나를 돌아보고, 상처를 직면하며 늦은 성장을 기록한 자취다.


누구나 돌보지 못한 내면의 아이를 품고 산다. 삶의 고비마다 만나는 인연과 시간이 그 아이를 어른으로 이끌어 주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모두에게 종대 같은 존재가 있을 것이다. 가던 길을 멈추게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결국은 성장으로 이끄는 인연 말이다. <바보 종대>가 누군가의 삶에도 잠시 멈춤의 시간을 건네고, 자기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종대가 나를 구해주었듯, 이 글이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위안과 숨결이 되기를 바란다. 이제야 말할 수 있다.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다고. 늦었지만 이 또한 시절인연이라 믿으며, 새롭게 열린 어른으로서의 길을, 이제 조금 더 단단히 걸어가려 한다.


그러나 종대가 내게 남긴 건 단지 나의 성장만이 아니었다. 그 아이를 통해 나는, 생명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자체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러나 종대가 내게 남긴 건 단지 나의 성장만이 아니었다. 그 아이를 통해 나는, 생명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자체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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