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마음에 뿌린 씨앗은 복리로 자랍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감독이 코치에게 쓰는 편지

by 오늘은 선물

아이들의 마음에 꼭 넣어주고 싶은 덕목이 너무너무 많지만, 올해 우리 반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덕목을 10단어 선정했습니다. 학부모님들께 공유하며 가정에서도 함께 지도 부탁드립니다.


3월 전문적 학습 공동체 시간('전학공'이라 줄여 부름. 학년 별 연수인데 보통 연간 15시간을 함께 해야 연수시간으로 인정되어 전학공하는 날은 조퇴도 하면 안 됨)에 선생님들과 회의를 통해 방학을 제외한 10개월 10 덕목을 만들었습니다.

3월: 경청하자

새로운 학년, 새로운 친구, 새로운 선생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잘 보고 잘 듣고 마음으로 공감해야 1년 학급 운영이 순조롭다.


3월에 무서운 선생님이 되면 아이들이 주눅이 들기 쉽다. 절도 있되 재미있고 잘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학급1년 농사가 결정되는 달이다.


'발표하는 친구, 선생님 눈 보기'

'다른 사람이 말할 때 끼어들지 않기'

'선생님 말 잘 듣고 2번 묻지 않기'

약속을 잘 정하고 잘 실천하도록 '경청'을 가르치면 수업시간도 순조롭다.


잘 안 되는 아이도 아직도 있다. 손으로 무언가를 계속 만진다. 풀, 종이, 가위, 연필 2개로 젓가락질 연습하기 등 다양하다. 요런 아이에게는 '손에 마음이 달려있단다. 권이의 마음은 손에 있네요.'라고 말하면 아이가 얼른 손을 무릎에 얹는다.


4월: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붙잡아라

4월 5일은 식목일, 4학년 1학기 과학 3단원은 식물, 봄이 왔음을 알리는 산수유와 벚꽃을 그리는 미술시간이다. 아이들에게 자연의 신비와 살아있는 것을 모두 사랑하는 '생명존중 교육'을 할 수 있는 좋은 시기다.


나는 집에서 겨우내 키우던 튤립을 가지고 가서 30일간 꽃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아침마다 보게 했다.

'쿵푸'(우리 반 아이들이 지은 튤립)를 관찰하며 시와 그림을 그리고 식물과 사랑에 빠졌다.


'파브르의 식물 이야기'로 4월에 온 책 읽기(함께 읽고 교과시간에 틈틈이 토론하는 것)를 하고 학교 숲 체험 날에는 나무, 꽃, 채소, 풀들과 더 깊게 보고 만지고 맛을 보기도 했다.


과학시간에는 강낭콩도 모둠별로 심었고, 희귀 토마토 씨앗을 사서 나눠주고 집에서 키우는 숙제를 냈다.

민재는 식물의 매력에 빠져서 벌레 잡는 식물을 길렀고, 1학기 말 장기 자랑 시간에 키운 식물을 갖고 멋진 발표를 했다.


학교 수업을 지루해할 틈이 없게 만든 식물 수업은 우리 반 아이들의 마음에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붙잡으라'는 시인 더글러스 던의 조언이 단단히 뿌리를 내린 시간이었다.


다른 모둠이 키우던 강낭콩을 뿌려뜨린 사건 속에서 어떤 아이의 미운 마음도 보았다. 그 아이는 지금도 누군지 안 밝혀졌지만 밝혀질까 두려워하고 있겠죠? 경쟁심이 너무 심한 아이가 간혹 있어서 '경쟁'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춘 교육도 합니다.


5월: 감사하라

5월은 감사의 달이다.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으며 스승의 날도 있다.


아이가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환한 웃음과 명랑한 말소리, 노래하며 춤추는 귀여운 모습, 보송보송한 얼굴, 그냥 보기만 해도 귀여운 손과 발... 다 이쁘고 사랑스럽지요.


어버이는 우리에게 무엇을 주셨을까요?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하시고, 나에게 지혜와 건강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매일 우리의 앞날을 위해 기도하시는 무한 사랑을 주시는 분이지요.


그럼 선생님은 우리에게 어떤 것을 주시나요?

바르게 사는 법, 행복하게 인생을 사는 법, 지혜를 탐구하는 자세를 안내해 주신다. 하루에 꼭 몇 번은 싸움 말리시는 경찰관, 다치면 치료해주고 간호해주는 간호사, 아픈 마음 달래주는 상담사, 지혜를 가르치는 선생님, 때론 친구의 1인 5역을 하지요.


아이, 부모님, 선생님뿐만 아닙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우리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돕고 계십니다.

우리 학교에는 5층과 특별실, 최근 지어진 체육관 화장실까지 청소를 담당하시는 72세의 어르신 한 분이 계신다. 이 분께 감사하는 행동은 "화장실 물 내리기, 휴지 휴지통에 버리기" 딱 2가지이다.

감사편지만 형식적으로 쓰는 5월이 아니라 감사는 '내가 켠 것 내가 끄기'와 같이 다른 사람에 대한 작은 배려로 시작된다는 것을 배우고 익히는 5월:감사의 달이다.


해, 달, 물, 공기, 식물, 동물, 우주와 같이 우리를 살게 하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감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5월입니다.

6월: 공부해라

6월은 슬슬 풀어지는 달이다. 선생님도 알고 보니 목소리만 크지 물렁이고, 친구들도 이제 이름 알고 단짝도 생겼으니 공부시간에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나온다.

학원에 매일 2개 이상 다니는 아이들은 학교 공부보다 학원시간에 늦을까봐 조바심을 낸다.

나는 그런 애들을 보면 소리치고 싶어 진다.

"내가 더 잘 가르칠 수 있다고!"


'공부=학원, 학원 숙제'라고 생각하는 틀을 깨줘야 한다.


"얘들아, 공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친구들 발표 듣는 것, 친구들과 모둠 활동하며 의사소통하는 것, 피구 잘하는 법 터득하는 것, 찰흙으로 그릇 짱 잘 만드는 친구 보기, 글쓰기 하는 것, 책 읽는 것, 선생님에게 말대꾸하는 영철이처럼 행동하지 않는 것, 매일 지각하지 않는 것"이에요.


공부는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고 맛보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모든 것'이라고 느끼는 학교 수업이 되어야 한다.


우리 반은 학교가 너무 재미있어서 전학 가야 하는 아이들마다 안 간다고 떼를 써서 부모님이 고생하셨다(4명 모두). 어쩌면 나와 코드가 맞는 아이들이라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남은 아이들 중에"학교 다니기 싫은 사람 있니?" 가끔 묻고 그 아이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도 해야 한다. 우울해 보이는 아이의 손을 잡고 때론 다정하게 말을 건네야 한다. "왜 요즈음 많이 다치니? 보건실도 자주 가고"라고 내가 물으니"덜렁대서 그러나 봐요." 늘 날카롭던 아이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7월: 공부보다 안전이다!

아무리 가르쳐도 복도에서 단거리 선수들 처럼 뛰어다닌다. 화장실에 갈 때, 급식실에 갈때, 체육시간 등 교담시간 빨리 가기 대장들이 있다. 우리 반은 잘 뛰어다닌다. 덩치가 큰 아이들이 뛰다보면 저학년이 다칠 수도 있다. 해마다 뛰다가 다치는 사고가 학교에서는 제일 많이 발생한다. 천천히 걷고 안전하게 시설물을 사용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학교에서는 통행시 유의사항, 시설물 안전지도, 등하교시 교통안전지도, 방학전 안전지도 등을 5분 나침반교육이라해서 짧은 훈화로 하기도 하고 중요한 8대 영역은 따로 수업시간을 확보해서 지도하고 있다.

가정에서의 사고도 많다. 작년 우리 반 아이는 아파트 근처 화단에 넘어져서 양손을 10바늘 이상 꿰맸고 한달 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 집에서 동생들과 위험한 놀이를 하거나 부주위로 인한 사고에 대한 교육을 해서 안전한 '여름방학'을 보내도록 함께 약속해야 하는 7월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9월: 끈기 있게 마무리해라

여름방학이 끝나고 오니 3월부터 잘 쓰던 아침 글쓰기를 대충대충, 검사 안 하면 날짜만 쓰는 아이도 생긴다.

이때 선생님의 비장의 무기: '끈기'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의 멋진 축구선수 손흥민은 어릴 때 하루 만 개 슈팅 연습, 올해 국제대회에서 1등 한 연습 벌레 피아니스트 임윤찬, 매일 한 편의 동화를 올리는 블로거를 소개하며 매일 꾸준히 해야 '성장'함을 지도한다. 이때 매일 쓰는 선생님의 '감사 일기장'과 '독서록'도 보여준다. 3반 선생님과 시작한 아침 운동 인증샷도 보여주고, 반 바퀴도 못 뛰던 내가 8개월 만에 운동장 10바퀴 돌게 된 이야기도 자랑스럽게 한다. 매일 강아지와 함께 와서 운동하시는 할아버지 이야기도 하고.


글쓰기 실력이 늘고 있는 아이들 3~5명씩 매일 발표시키고 칭찬해주며 생각을 표현하는 글쓰기를 꾸준히 하도록 독려한다. "선생님 전 오늘 무슨 글쓰기를 할까? 생각하면서 학교에 와요." 2줄 못쓰던 학생이 쓱 다가와 말을 한다. 요런요런 보람이 내가 28년간 지금도 선생님인 이유다.


수업시간에 공부를 하다가 쉬는 종이 울리면 하던 것을 멈추고 놀기 바쁜 아이도 있고, 쉬지 않고 앉아서 다 마무리하는 아이도 있다. 무엇이든 끈기 있게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이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시작이 반이고, 끝마무리가 나머지 반이다."


10월: 협동하자

10월 27일에 우리 학년 피구대회가 있다.

1학기에 친선경기를 했는데 2반에게도 3반에게도 졌다. 그것도 어이없는 스코어다.

도덕 4단원 '마음과 힘을 모아서'를 배우다가 우리는 알았다. 우리 반에게 필요한 것은 '협동'이잖아?

네이버 사전에서 뜻을 찾아 알려주었다.

협동 (協同) [명사] 서로 마음과 힘을 하나로 합함. [유의어] 단결 1, 단합,


<피구대회에 힘과 마음을 모아>

-수요일 스포츠 클럽 8시 30분에 꼭 오기

-공을 받으면 바로 던지기

-공을 보고 움직이기

-힘들다고 쉬지 않기

-집에서 주고받기 연습하기 등


학급 회의 시간에 토론을 통해 '피구대회'를 준비하며 해야 할 일들을 정했다.

대회 날까지 우리 반은 진짜 마음과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담임선생님이 체육 무용과 심화전공했는데 체면 좀 살려주렴.


협동심을 피구로만 키우시나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협동심을 키울 수 있는 활동은 너무너무 많다.


"모둠원과 함께 식물 기르기, 실험하기, 토의하기, 그림자 연극하기, 분리수거하기, 급식 바르게 먹고 식탁 동생들 위해 정리해 주기, 교과서 안 핀 사람 우리 반 없기, 다친 친구 도와주기, 의견 안 맞을 때 좋은 의견에 동의해주기 등"



11월: 꿈을 생각하라 그러면 이루어지리라

나폴레온 힐, 빌 하틀리 공저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리라>를 읽고 우리 반 아이들도 꿈을 생각하면 이루어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MBC 김민식 PD님은 책 <매일 아침 써봤니?>에서 하나뿐인 딸에게 유산으로 '책, 사람, 여행'을 주고 싶다고 했다.

제자도 또 다른 나의 자식이다. 그래서 다른 반 선생님한테 야단맞은 우리 반 아이 때문에 그 샘과 언쟁한 적도 있다. 그러니 선생님의 마음으로 낳은 자식들이 제자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 제자에게 돈을 줄 순 없지만 책과 사람과 여행의 즐거움을 가르칠 순 있다.


아이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려고 3월부터 매달 1권씩 읽고 독서골든벨을 했다.

5월에는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읽고 20년 후 우리 반 만의 세계일주를 계획하고 아이들이 각 나라마다 집 한 채씩 사놓으면 번호순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미 28개국은 에어비엔비가 필요 없게 되었다. 아이들의 세계관이 책 하나로 깊고 넓어지고 있다.

'사람'의 소중함은 말할 필요도 없이 수시로 교육하고 있다. 부모님, 형제자매, 가족들부터 시작해서 우리 학급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앞으로 만날 소중한 인연들이 모두 사람으로 연결될 것이다. 나는 우리의 최고 재산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책 속에서 만나는 훌륭한 사람들도 '우리 사람'이 됨을 알게 해주고 있다. 나는 책 <바인더의 힘>을 읽고 3p연구소에 강의를 신청해서 강규형 대표와 만나 하루 종일 바인더 교육을 받았었다. 책의 저자와도 인연을 만들 수 있음을 가르쳐 주어, 훌륭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성장'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11월에는 1년 동안 '나의 아들, 딸'이었던 아이들의 마음에 소중한 유산을 주련다.

책!

사람!

여행!


12월: 정리해라

26살인 딸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했는데 난 걱정이 많다. 집에서 딸 방을 보면 문을 얼른 닫고 싶어 진다.

문이 열려 있으면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없으니까.

딸이 화장실을 쓰고 나면 꼭 헨젤과 그레텔처럼 무엇인가를 떨어뜨려 놓고 화장실 서랍장은 반쯤 열려 있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교육을 안 하고 특히 딸 바보인 우리가 다 정리해줘서 그런가 보다.


나의 또 다른 자식들은 정리를 제대로 가르쳐야겠다.

정리정돈은 몇 가지만 주의하면 아주 간단하다.

첫째,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을 나누는 것

둘째, 쓴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것

셋째, 안 쓰는 물건은 버리거나 나누어 주는 것

넷째, 청결하게 공간을 청소하는 것

다섯째, 'ON OFF'가 분명한 사람이 되는 것


3월부터 '신발장에 신발주머니 놓는 방법, 서랍과 사물함 정리하는 법, 수업 마치고 개인 빗자루로 책상과 바닥 쓸기'를 반복 지도한다. 매일 과제 알림장에 '책가방 제자리 놓기, 벗은 양말 빨래 바구니에 넣기, 밥 먹고 빈 그릇 싱크대에 넣기' 써주며 부모님과 연계 지도해야 아이들이 습관으로 정착된다.


1년의 끝인 12월은 '아나바다 장터'를 학급에서 열어서 안 쓰는 물건을 나눠 쓰고 바꿔 쓰기 좋은 달이다.

한 달 전(11월)부터 큰 장바구니에 평소에 안 쓰지만 버리기 아까운 물건들을 모아두면 좋다. 물건이 많이 나와야 풍성한 장터가 된다.


1년

2023년 1월: 도전하자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다.

겨울 방학을 보내고 나면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다.

"애들아, 쑥스러움과 딱딱한 언 땅을 뚫고 나오는 봄의 새싹처럼 용기 내어 발표하고 무엇을 시작하든지 꾸준히 하기 바래. 회장 선거에 한 번도 출마해 본 적 없는 사람들도 5학년 땐 나가봐. 배우고 싶었던 악기나 운동 있으면 시작하고. 좋은 친구 있으면 용기 내서 다가 가렴.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선생님께 질문하는 것도 '용기'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해. 학교는 배우러 오는 곳이니까"


한 학년 올라가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 10번째 덕목 '용기'를 가르치기 위해 다카바타케 준코의 <용기를 내! 할 수 있어>라는 그림책을 읽어 준다.

우리 반 아이들이 1년 동안 만든 덕목 책, '내 마음의 보석상자'를 마무리하고 책 전시회를 연다.



'경청, 사랑, 감사, 공부, 알전, 끈기, 협동, 꿈, 정리, 도전', 10개의 좋은 씨앗이 우리가 함께 한 인도의 동화 <쌀한톨>처럼 30년 후에는 536,870,912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정에서도 매월 저와 함께 10개의 덕목을 길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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