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월의 마지막 주가 되었습니다. 최근 변이 코로나인 오미크론이 확산하고 있어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우리 반 아이들 28명은 모두 건강하게 등교하고 있습니다. 부모님들께서 자녀들을 잘 돌봐주시고, 아이들도 지켜야 할 감염병 예방 수칙을 잘 지키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지난 3월 18일, 학부모 총회 때 설명한 대로 아침 8시 50분부터 9시까지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는 ‘아침 10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월요일은 주말에 있었던 일 쓰기, 화요일과 목요일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 중 생각나는 것 쓰기, 수요일은 스포츠클럽 활동 참여하기, 금요일은 자신의 마음을 시나 그림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3월 초에 활동을 시작했을 때보다 ‘글쓰기와 그리기’ 활동에 흥미와 자신감이 생긴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저는 아침마다 통통 찰찰 행복 공책을 볼 때마다 행복에 빠집니다. 제자들의 성장을 보는 ‘맛’ 때문에 20여 년을 넘긴 지금도 아직 교단을 안 떠나고 있나 봅니다.
저희 4학년 선생님은 지난 2월 마지막 주에 바뀐 교과서를 분석한 후 4학년 1학기 교육과정을 새로 짰습니다.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를 읽어보니 4학년 교재는 1~3학년에 비해 교과 내용도 어려워지고 배울 양도 많았습니다. 교과서마다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표현하는 활동이 많아진 것도 특징이고요.
우리 4학년들은 아침 10분 동안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글쓰기 능력을 기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는 아침 10분 활동’을 잘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첫째, 자기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글감(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3월 10일, 겨우내 집에서 키워온 튤립 구근 8개를 가져와서 아이들과 함께 심고, 튤립의 이름도 함께 지었습니다. ‘쿵푸’라는 이름인데 중국 무술이 떠오르지요? 우리 반 한 아이가 지은 쿵푸 시입니다.
쿵푸야 쿵푸야
언제 이렇게 폭삭 말라버렸니?
쿵푸야 쿵푸야
너는 1시간이 1년일까?
쿵푸야 쿵푸야
물을 먹어도 다시 살아나지 않네.
쿵푸야, 편히 땅에서 쉬렴.
식목일이 있는 4월에는 모둠별로 강낭콩과 토마토를 심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과정을 관찰할 것입니다. 2달 후에는 강낭콩으로 밥을 해 먹을 수도 있겠네요. 가정에서는 가족들과 신나게 놀고 체험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서 토의하는 과정이 있으면 아이들의 생각과 감정이 풍부해지겠지요.
둘째, 쓴 글을 스스로 소리 내어 읽어보고 다른 사람의 작품을 많이 보아야 합니다.
***최재천 교수는 책 『최재천의 공부』에서 하버드 대학 시절 미국 교수님에게서 영문 글쓰기를 지도받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하버드대 영문학 교수님은 당시 박사과정이었던 최재천 교수님이 글을 갖고 가면 “네 글을 읽어봐.” 다 읽으면 “자네 글이 자네 마음에 드나?”라고만 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스스로 읽고 스스로 문제점을 찾는 시간을 통해 지금처럼 책을 많이 내는 작가가 되었다네요. 저도 이처럼 아침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스스로 읽고 스스로 발표하는 활동을 매일 합니다. “네 글이 마음에 드니?”라는 말은 않지만, 글을 끝까지 쓴 아이의 ‘끈기’를 격려합니다. 글쓰기 공책에 틀린 문법은 고쳐 주지 않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글쓰기에 흥미를 잃고, 문법에 너무 신경을 쓰는 보여주기식 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그 틀린 글자도 아이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추억이 될 테니까요.
주말에 도서관에 가서 또래 친구들이 쓴 동시집을 빌려서 맘에 드는 시 한 편을 찾아오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의 동시를 읽으면, 지금 하는 모든 활동과 경험, 느낌과 생각이 시와 그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저절로 터득하게 될 테니까요.
셋째는 글쓰기(그리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하는 시간과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글감을 정하고 그와 관련된 경험을 떠올렸다면, 자신 마음속 감정의 변화를 잘 읽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살아있는 글쓰기를 평생 연구한 교육학자 이오덕은 『이오덕 말 꽃 모음』에서 “시라고 말하는 글은,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운데(무엇을 보거나 듣거나 생각하거나 일하는 동안에) 마음속에 일어나는 느낌(감동)을 싱싱한 우리말로 나타낸 글이다.”라고 했습니다.
“빨리 써,”, “빨리 그려!”하고 화를 내면서 다그치면 안 됩니다. 억눌리고 독촉하는 분위기 속에서는 아이들의 살아있는 마음 표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오덕 선생님의 말을 빌리자면 ‘자기표현 교육은 생명을 표현하게 하는 교육’입니다.
아침 10분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말하기·글쓰기·그리기 ·만들기 ·노래하기…….
이런 여러 가지 갈래에서 아이들이 신명 나는 표현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날 것입니다.
학교 앞 개울의 능수버들이 너무 이쁜 연두와 초록입니다. 개나리도 막 꽃망울을 ‘뽕뽕’ 거리며 터뜨리고, 겨우내 움츠렸던 대지가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학교 수돗가에서 노란 눈꽃처럼 피는 산수유도 사랑스럽습니다.
새 생명의 계절 ‘봄’을 눈으로, 귀로, 피부의 촉감으로 경험하고 시 한 편, 그림 한 장 그리는 평온하고 따뜻한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