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호가 느릿느릿하게 한밭으로 향하다.
추억의 비둘기호를 타고 대전까지 가는 상황을 써보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송창식 씨가 부른 고래사냥의 가사 일부이다. 삼등 완행열차.. 그렇다. 비둘기호... 이제는 사라지고 우리들 가슴 한편에 남은 비둘기호... 이 열차에 대한 탑승기를 적어보겠다..
유년 시절. 방학이 되면 으레 숙제로 곤충채집. 수집과 더불어 트리플 크라운으로 불리는 숙제가 있었으니 바로.. 박물관 견학...
그래서 여름 아침.. 가족들과 대전에 있는 국립중앙과학관으로 가기 위해 비둘기호를 타고 떠났다. 이 비둘기호 승차는 필자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아직까지 여운과 추억이 남아있다.
3칸으로 이루어져 통근열차 방식으로 운행했었는데.. 정말 느리게 갔다. 거북이와 쌍벽을 이룰 정도였으니.. 가히 뜨거운 날의 비둘기호 안 선풍기의 모습은 천장의 선풍기만 돌아가는 옛 초등학교 교실이라고 해야 하나 할 정도였으니... 그렇게 열차는 굉음을 내며.. 출발했다.
좌석은 앉는 사람이 우선순위라.. 나이 드신 분들이 대다수였다. 노인공경은 당연하니까. 그래도 엉금엉금 비둘기호는 즐겁게 달려갔다.
비둘기호는 모든 역을 정차하는 하위단계 열차였다. 그래서 모든 간이역에 정차해서 승객들의 발과 손. 몸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워낙 느린 탓에 뒤에서 오는 일반 열차와 화물 열차를 보내줘야 하는 양보 아닌 양보를 했다. 그래도 필자는 어린아이였기에 그마저도 좋았었다. 단 오래 기다린다고 맛있는 것 못 먹는 것 빼고는...
그렇게 비둘기호는 엉금엉금 천천히 레일을 스치며.. 대전으로 향하였고. 추풍령. 황간. 영동. 옥천을 지나 대전에 도착하였다.
이 구간을 통과하면서 느낀 것은 당시에는 사람들이 많이 거주했었고. 보따리들을 들은 나이 드신 할머니들이 많았었고. 수다와 그 여름 속에 냄새가 그윽했던 기억이 난다. 참.. 현대 사회에서는 그런 풍경과 광경은 사라지고.. 슈퍼 스피드한 느낌만 가득하니.. 어찌 여유로운 삶을 지낼 수 있겠는가? 추억도 없고. 스피드 속에 우리의 뇌도 쪼그라들고 있었다.
대전.. 우리말로는 한밭.. 지금이야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현대식. 21세기식 역이었지만.. 당시 대전역도 평범했었다. 물론.. 그 평범은 대도시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단지 it 없는 아날로그가 많았을 뿐..
그렇게 역에 도착하고. 박물관으로 향했다. 다양한 전시물과 과학에 대한 자료를 보고. 그 속에서 과학의 발전과 미래의 과학에 대한 희망과 꿈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물관 구경을 하고.. 다시 일반 열차를 타고 집으로 간다. 비둘기호는 타지 않고. 다른 열차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타 보았던 비둘기호는 필자에게는 느림보였지만.. 세월이 흘러 다시 돌이켜보면 여유를 한 번이라도 느낄 수 있게 도와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사라졌지만 우리들 마음속에 영원한 느림이 비둘기호.. 훗날. 필자의 자녀가 비둘기호가 뭐예요?라고 물어본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비둘기호는 말이야. 느렸지만.. 우리들 마음과 두뇌 속에 영원히 잊을 수 없게 만든 특별한 기차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