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호. 호랑이 무늬의 기관차를 추억하다.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모습의 디젤 기관차와 어울린 통일호를 타다.
통일호는 비둘기호보다 높은 단계 열차로 간이역에 다 서지 않았고. 보통역에 정차하는 시스템으로 기억한다. 2000년대까지 운행했기에 비둘기호보다는 존재감이 더 클 것이다. 필자는 서울역에서 통일호를 타고 집으로 내려오는 과정을 써보겠다.
1990년대.. 필자는 이모가 사는 서울에 방학을 이용해서 놀러를 갔다. 63 빌딩도 구경하고. 한강도 갔으며. 롯데 월드도 갔다. 사실. 필자는 꼬꼬마 시절.. 서울에서 살았는데.. 이사를 해서 타 지역에 있다가 다시 서울로 간 것이다..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그렇게 1박 2일의 짧은 서울 유람을 마치고.. 서울역으로 간다. 당시 서울역은 우리가 보는 시대극처럼 그런 스타일의 역이었고. 쇼핑공간과 식당 등이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때 역 주변에는 비둘기들이 푸덕푸덕 날아다니는 모습까지..
그때도 여름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며 열차에 올랐던 모습이 생생했다.. 기차는 호랑이 모양의 무늬였던 디젤 기관차. 그리고 초록색 무늬가 성냥갑처럼 다닥다닥 붙어서 6칸인가? 8칸인가?로 기억된다..
그 성냥갑 기차 칸 안에 나와 부모님. 남동생까지 좌석에 앉아 집으로 향하는 준비를 했다. 통일호는 비둘기호와 다르게 좌석도 좋았고. 창문도 있어서 시원한 바람도 맞이할 수 있었다.
굉음과 함께 레일을 깔며.. 용산. 영등포. 수원. 대전을 거쳐가는 경부선... 지금이야. 선로가 공사가 잘되어 직선화가 되었고. 시간이 단축되었지만. 당시에는 굽이굽이로 정말 오래 걸리고. 덜커덩 덜커덩 소리에 소음도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도 버스나 자동차 타면서 느끼는 멀미가 없는 게 다행일지도....
그렇게 기차가 지나가면 항상. 이 목소리가 뜬다.. 김밥 있어요. 오징어 땅콩 있어요라는 아저씨의 정겨운 목소리... 또 캐리어 비슷한 큰 통을 들고 과자. 음료수. 맥주. 햄 등을 끌며 파는 홍익회 직원들... 하.. 필자는 그 과자나 햄을 먹고 싶었지만. 비싼 가격에 눈만 보고.. 말았으니.... 지금이야 역 내 스토리웨이에서 충분히 구입하면 되고. 자판기가 있으니..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그 아쉬움을 눈으로 바라보고 나면 통일호는 중반을 향하고 있다. 당시... 창문을 열 수 있었는데.. 살짝 열어서 바라보니.. 맨 앞에 호랑이 디젤이 포효하듯이 기적소리를 내며 커브 구간을 아주 시원스럽게 지나가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나가고 또 지나가고.. 집에 도착한 우리 가족.. 그 후에도 필자는 통일호를 여러 번 탔었다. 2000년대까지 운행을 했으니 꽤 기억에 많이 남는 열차 중 하나이다.
그 위용을 냈던 통일호도 운행을 하지 않은 지가 약 20년이 지났다. 비둘기호보다 최고였지만.. 무궁화호의 기세에 눌려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결국. 교통 인프라와 승객 편의. 수익에 따른 구조가 원인이 된 것이다.
이제는 통일호도 인터넷 영상과 이미지. 그리고 박물관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역사적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방송되는 옛 영상에서 통일호가 지나가는 것을 보면 댓글에 저때로 가고 싶다. 그립다. 눈물 난다가 대다수였다. 왜 그런 것일까? 아마도.. 미래의 편리함 속의 공허함보다는 느려도 많은 것을 충족할 수 있었던 그때가 더 행복했다는 마음인건지도 모르겠다.
통일호는 필자에게 포효함 속의 우렁참과 사라진 모습에 대한 섭섭함에 공존한 열차 중 하나였다. 그 열차 탑승에서 느낀 추억은 오랜 기간 남아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