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버스를 타고 무려 1시간 반이나 걸리는 곳이었죠. 덕분에 피쉬앤 칩스 맛집이란 곳도 들렀습니다. 커피 한 입 맛보려고 그 먼 길을 그만큼의 에너지를 들이며 간다는 것이 어쩐지 조금 부끄러워서요. 나름 재미는 있는 곳이었지만 그곳 얘기는 생략할게요. 커피 얘기를 하기로 했으니까요.
이 커피는
에스프레소+우유+너티크림의 조합이라고 소개됩니다. only ice 라는 꼬리도 달려있지요. 차가운 커피를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싶었습니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어느 여행자왈, '하루에 두 번이나 마시러 갔다'는 썰을 읽고는 꽤나 달달한 맛을 예상했고요.
오..호.
무지 마음에 들었습니다.
달달한데 달달하지 않고
차가운데 차갑지가 않아요.
예상을 뒤엎는 양가성이란 치명적인 매력이지요.
천천히 즐길 수 있는 점도 좋았어요. 뜨거운 커피는 식기 전에 마셔야 하고, 차가운 커피는 녹기 전에 마셔야 하죠. 이 녀석은 서두를 필요가 없어요. 한 입 마시고 눈이 떠진 후, 그 맛을 곰곰히 느끼다가 다시 한 입 마시고 내려놓고.. 클라우드의 형태도 오래 보존되는 점이 좋아요. 종이컵보다 조금 더 큰 컵의 양이 적당하더군요.
낯선 공간을 낯익은 곳으로 재창조한다
라는 말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요 커피를 떠올렸어요. 미술관 전시회를 가 보았더니 강태환이라는 분의 작품이 있더라구요. ' 인위적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그 안에 빛을 들여 자연의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 그 작가의 의도라고 하더군요. 헤테로토피아 라는 말도 있었지만 당최 이해하고 싶지는않고요.
아마 이또한 양가적인 감정이 아닐까하고 추측해 봅니다. 뭐 작가의 의도는 그 자체이고 작품의 수용은 독자의 몫이니까요. 저에게는 양가성이 항상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러지 않을까 하고 짐작해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