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을 공짜로 가장 빨리 업그레이드하는 방법
영화 매트릭스 주인공들은, 할 줄 몰랐던 무술이나 헬기 조종법을 순식간에 내려받아 통달한다. 정말 꿈만 같은 이야기다. 시험 전날 참고서 한 권을 전부 머리에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했던 건 모두 한 번쯤 가졌을 법한 바람이다. 이게 아직 인간에겐 현실이 아니지만, 스마트폰에는 이미 일상이다. 없었던 기능이 필요하면 그 앱(app)을 내려받아 설치하기만 하면 된다. 이미 설치된 앱도 수시로 업그레이드하며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하거나 개선한다.
이젠 자동차도 그렇다. 빠른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의 지도정보뿐 아니라, 자동차의 아주 많은 기능이 컴퓨터화되어 수시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곤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도 자동차도 ‘하드웨어’까지 업그레이드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타이어쯤은 더 좋은 걸로 바꿀 수 있어도, 핵심 칩이나 엔진을 더 큰 걸로 바꾸진 못한다. 만일 이것이 가능하다면 상상만으로도 신난다. 액셀을 조금만 세게 밟아도 “왱~”하며 요란하게 울부짖던 경차가 트랜스포머처럼 변신하여 벤츠처럼 매끄럽게 질주한다면? 그 승차감과 속도감, 그리고 그 변신의 쾌감이 얼마나 클까?
최근 그런 일이 내게 실제로 일어났다. 누군가 짐 잔뜩 실린 내 리어카를 가져가더니 미끈한 스포츠카로 바꿔서 갖다준 것이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승차감과 하차감이 좋아지니 자신감이 올랐을 뿐 아니라, 속력도 눈에 띄게 빨라졌다. 예전 리어카를 끌고서는 상상도 못 했던 곳들을 이젠 업그레이드된 새 차를 몰고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미끄러지듯 달리면”서 지나가는 풍경을 구경하는 기분은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쾌감이다. 어떤가? 당신에게도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방법은 생각보다 쉽다. “미끄러지듯 달리면” 된다.
잠깐! 만일 당신이 ‘고작 달리기 얘기였어?’라며 실망한다면 속는 셈 치고 조금만 더 읽어 보시라. 마흔도 훌쩍 넘은, 평생 운동과는 담쌓고 단 열 걸음도 내 의지로 달려본 적이 있을까 했던 인생이 지난해 1,500km를 달리며 얻은 소중한 배움을 핵심만 요약해서 떠먹여 드리니, 맛만 보시라. 이 글 쓰는 데 1년 넘게 걸렸다.
다들 한 번쯤 달리기해 볼까 하면서 얼마 못 가서 퍼지고 숨이 턱까지 차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고는 ‘아, 달리기는 나에게 안 맞아.’라며 포기한다. 먹고 싸고 자는 것이 안 맞는 사람 있던가? 달리기도 우리 유전자에 오랜 세월 설치됐던 기본 앱이기에, 맞고 안 맞고가 없다. 단지 사용 방법을 아직 모를 뿐. 이 세 가지만 명심하면 된다.
첫째, “천천히”다. 얼마큼? 가장 빠른 걸음보다 조금만 더 빨리. 달리기의 정의가 “두 발을 동시에 땅에서 떼고 이동하기”이므로, 속도는 상관없다. ‘이게 달리는 거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천천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도 된다. 이렇게만 해도 처음엔 심박수가 높고 숨이 찰 것이다. 1차 목표는 최소 30분 이상 달리는 것이다. 처음엔 안 될 수 있지만, 반복할수록 엔진(심장)과 숨통(폐)이 커지면서 심박은 자연스레 낮아진다. 너무 숨차면 잠시 걸었다가 다시 뛰기를 반복하면 된다.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은 ‘너무 빨라서’다. 우리는 달리기를 “100미터 질주”처럼 빠른 운동이라는 이미지로만 각인되어 있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
둘째, “까치발”이다. 발뒤꿈치를 살짝 띄우고 달리자. 우리 같은 초보는 무조건 발 디딜 때 발뒤꿈치를 손톱만큼이라도 띄우고 달려야 무릎 관절을 보호할 수 있다. 걸을 때처럼 발뒤꿈치로 디디면 그 충격이 무릎에 고스란히 전달되지만, 까치발처럼 달리면 종아리 등 기타 근육들이 좋은 완충장치가 된다. 처음엔 종아리 등이 알배길 수 있다. 좋은 현상이다. 반복할수록 필요한 근육들이 더 강해질 것이다.
셋째, “엑스레이”다. 몸은 ‘주인님이 미쳤나?’라며 아우성칠 수 있다. 어디든 이상하면 바로 확인하자. 걱정하며 계속 달리거나, 그 핑계로 쉬느니 차라리 의사에게 진단받자. 나 같은 경우엔 염려하며 받았던 모든 검사 결과가 정상이었다. 처음엔 여기저기 아픈 게 당연하고, 통증 대부분은 몸의 ‘긴급 공사’ 과정일 뿐이다. 하지만, 염려되면 바로 의사의 진단을 받자. 몇 번만 가 보면 감 온다.
‘건강’ 달리기의 본질은 “발 달리기”가 아닌 “심장 달리기”다. 걸을 때의 심박수보다는 조금 더 빠른 약 110~130BPM의 심박수를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1차 목표다. 결코 160~180BPM으로 치솟는 게 아니다. 이처럼 30분 이상 심장을 뛰게 하면 온몸에 빨리 피가 돌며 구석구석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고 뇌를 마사지하며 노폐물을 가져온다. 천천히 맥없이 돌았던 혈액순환과는 차원이 다르다. 높아진 체온과 함께 신진대사와 면역력이 강화된다. 이처럼 효율적인 전신운동은 없다.
장비도 필요 없다. 눈에 띄는 운동화면 된다. 처음 한 달 정도는 버거울 수 있겠지만, 놀라운 몸의 적응력을 보게 된다. 단 30분 만에 얼마나 상쾌해지고 산소 샤워로 몸이 얼마나 맑아지는지 느껴보시라. 걸을 때와는 달리, 내 두 발로 달리며 지나가는 풍경이 얼마나 더 멋진지 확인해 보시라. 성취감과 체중 감량은 덤이다. 당신의 마음뿐 아니라 몸까지 업그레이드된다는 것, 상상만 해도 신나는 일 아닌가? 자, 오늘부터 1일!
배경이미지 출처 https://pixabay.com/ko/users/geralt-9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