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헤매는 50이지만..
자녀를 키우다 보면 중학생이 되었는데도, 문득문득 아기 때 얼굴이 보일 때가 있다.
싱긋 웃어주거나, 아침에 막 일어났을 때 순간 보이는 아가일 때 모습에 또다시 심쿵한다.
그렇게 인형같이 귀엽고, 천사처럼 예쁜 말만 하던 아이가 이젠 중학생이 되었다.
사춘기아이와 갱년기엄마의 신경전은 까딱 잘못하다간 집안을 풍비박산 낼 수가 있어서 나름 조심한다고 하는데도, 아이를 대하는 나의 생각과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결국은 다시 제자리가 된다.
남편은 현명하게도 본인의 포지션을 잘 잡고 있다.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본인의 안녕과 평안을 확보 중이다.
평소답지 않게 괜스레 점심시간에 전화도 해주는 남편은 정말 처세술이 훌륭하다. 배울 점이 많은 남편이다.
내가 괜히 전담 수비수가 되어간다. 나도 포지션을 다시 세팅해야겠다.
까딱하다간 갱년기가 서둘러 찾아올 거 같다.
사춘기 자녀를 대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나만의 극복 노하우!
1. 말을 확~ 줄인다!
하고 싶은 말이 100이라면 3마디만 해야 한다.
난 지금 30마디 중인 거 같은데, 앞으로도 갈길이 많다.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대화는 어릴 때 실컷 했으니, 이젠 그만 내려놓자.
딸아이의 다정하고 예쁜 대화는 언젠가 생길 남자친구의 몫이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이젠 놔야 한다.
2. 딸과의 신경전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 리스트
_밥 많이 먹어라!
_이것도 먹어봐라!
아이는 요즘 밥 많이 먹으라고 하면 기분이 급속히 나빠지는 신종 희귀질환에 걸려있다.
한방으로도, 양방으로도 치료방법이 없다. 안타깝다.
3.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고, 또 별안간 기분이 나빠지는 딸아이의 표정에 익숙해지기.
처음엔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정말 걱정이 돼서 조심스레 물어보곤 했는데,
지금은 또 그분이 오셨나 보다~ 가셨나 보다~이번엔 오래 머무르시나 보다~ 해야 한다.
부작용이라면 그때마다 이 상황을 인정하려 노력하다가 화병이 날 수 있다는 거다.
맘을 다스리려면 기초체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운동을 하나보다.
4. 이런저런 방법으로 해도 화가 풀리지 않으면 글을 쓰자
일기든, 메모든 뭐든 글을 쓰다 보면 기분전환이 된다.
딸내미 욕을 쓰든, 아님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쓰든 뭔가를 쓰다 보면 서운함이 깊어지지 않는다.
내가 사춘기때 어땠는지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는 게 아쉽다.
딸아이도 여러 가지로 속이 시끄러우니 그러겠지..
같은 말도 좀 더 예쁘게 하고, 조심스럽게 해야겠다는 후회가 몰려온다.
그러다 보면 결국은 내 인성과 인격의 한계에 부딪친다.
애와 한 번씩 부딪치고 나면 늘 마지막에 드는 생각은 '마음공부를 많이 해야겠다.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 조금이라도 인격을 더 성숙시켜야겠다.'
결국은 나의 뾰족함과 아이의 예민함이 부딪치는 걸 테니~
어떤 이들은 사춘기 자녀들과 현명하게 보내는 노하우도 책으로 쓰고 하던데...
나는 그 책이라도 부지런히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