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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에너지 옥랑 Oct 19. 2022

하지만 나는 오늘도 로망 실현을 꿈꾼다.

힘들고 어려운 텃밭 농부의 길


이른 아침 상쾌한 흙과 공기 냄새, 진한 본연의 색으로 무르익으며 이슬을 머금고 햇빛에 반짝이는 작물들은 먹음직스러웠고 때로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갓따낸 가지, 방울토마토, 고추 등을 대나무 바구니에 소박히 담아

“얘들아~이거 엄마가 농사지은 거야~” 하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아이들은 “와~~” 하며 함께 좋아하고 기뻐했다.

바로 텃밭에서 따서 먹는 야채의 맛은 너무도 신선하고 향긋했다. 내가 농사지은 거라는 뿌듯함에 그 맛은 배가 되곤 한다.


과실수는 또한 어떠한가?

빨갛게 익은 귀엽고 작은 앵두, 알알이 맺힌 블루베리,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면 익어가는 대추.. 아이들이 뛰어놀며 하나씩 입으로 쏙쏙이 들어간다.

나무 옆에서 잘 익은 대추를 따는 아이들의 귀여운 손짓,

“와~진짜 맛있다~! 엄마도 하나 드셔 보세요~”

하면서 내 입에 대추를 쏙 넣어주는 그들의 모습에서 작은 행복을 느낀다.


꽃들이 주는 즐거움은 말해 무엇할까.

아치 위로 올라와 아름다움을 뽐내며 활짝 펴있는 장미, 봄을 알리는 수선화, 화려한 백일홍등.. 장터에 나가 예쁜 꽃들을 보면 눈을 떼지 못했고, 봄만 되면 이름 모를 예쁜 꽃들을 심어놓고 설레어했다. 아름다운 꽃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내 삶을 풍성하게 해 준다.



그래, 나의 로망은 이런 것이었다. 시골살이, 귀촌, 양양.

이런 것들과 함께 꿈꾸던 나의 로망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과실수와 꽃들. 흙과 공기. 텃밭이 함께 하는 삶.

그리고 나는 지금 로망을 이루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여기까지다. 바로 그 로망은.




꿈꾸는 로망의 뒷모습은 엄청난 에너지와 수고를 들여야 하는 고단한 일이었다. 흙을 매만지고, 정리하고 가꾸는 일에 들이는 노력과 에너지는 실로 엄청났다.

나무를 심기 위해 구덩이를 파는 것 또한 생각보다 많이, 깊게 파야 심기가 좋았다.

남편에게 부탁하면 구덩이 정도야 흔쾌히 파주긴 하지만 별로 좋아하는 일이 아니란 걸 알기에 웬만하면 혼자 해결해야 맘이 편하다.

삽질도 많이 하게 되고 잡초도 뽑고 흙도 나르면서 힘이 점점 세지더니 이제는 무거운 것도 번쩍번쩍 잘 들고 옮긴다. 힘이 세지는 만큼 텃밭도, 꽃도, 과실수도 잘 가꿀 줄 알았는데 3년 차 텃밭 농부임에도 늘 어렵고 힘들다.


그러나 봄이 되어 생명이 움트는 기운이 감돌면 나의 마음은 다시 설레기 시작한다.

지난해의 고단했던 일은 이미 까맣게 잊어버리고 다시 온몸이 들썩거린다.

‘아! 이제는 심을 때가 되었구나. 올해는 잘 가꿔봐야지.’라는 생각으로 예쁜 꽃들과 텃밭 작물들을 사다 나른다. 부푼 꿈을 안고 텃밭 구획을 나눠 ‘이곳엔 파를 심고, 이곳엔 방울토마토를 심어야지.’ 생각하며 퇴비를 뿌리고 땅을 다진다.

흙도 숨을 쉬어야 한다는 글을 어디서 읽고서 텃밭에 작물들을 심을 때 비닐 멀칭을 하지 않았다. 비닐 멀칭을 하면 비닐이 잡초를 못 자라게 해서 관리가 편한데 멀칭을 안 한 나의 텃밭은 작물과 잡초가 같이 자랐다.

작물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사이사이 난 잡초들을 뽑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텃밭 쪽에 벽돌까지 예쁘게 쌓았다.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된 텃밭에서 예쁘고 우아하게 작물들을 따는 상상을 해보며 혼자 흐뭇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정성을 들이던 텃밭은 시간이 지날수록 바쁘다는 핑계로 잘 돌보지 못한다. 설레던 마음은 점점 가라앉고 노동의 수고에 조금씩 지친다.

그렇게 손길이 뜸해지고 여름 즈음이 되면 풀들과 잡초들이 무성 해지는 시기라 어느 것이 작물이고 어느 것이 잡초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잡초를 뽑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다. 정리를 해놓고 나도 비가 오면 또 어느새 잡초의 키는 내 허리만큼 와 있다.

꽃밭 또한 마찬가지다. 꽃들은 풀들과 뒤죽박죽 섞여 정글이 되기 일쑤였다.


결국 남은 정리는 신랑과 엄마의 몫이 되어버린다. 잡초와 꽃이 뒤죽박죽 섞여 분간이 가지 않는 그는, 예초기를 돌리면서 푸른색은 죄다 깎아버린다.

 아하… 올봄 열심히 심은 나의 꽃들.. 그가 훑고 간 자리를 보며 속상한 건 나의 몫이다.

지난봄 열심히 심은 남천나무며, 꽃이 지고 내년 봄을 기약하는 다년초며 모두 머리가 댕강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리를 못한 건 나이기에 안타까워만 할 뿐, 할 말이 없다. 올해도 난 잘려나간 그들을 보며 ‘아~이를 어쩐다? 내년 봄에 제발 싹을 보여주렴 ’ 아쉬워하며 탄식만 할 뿐이다.

서울에서 가끔 내려오시는 엄마는 잡초와 작물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걸 보시고 텃밭의 잡초들을 뽑으신다. ‘엄마~그냥 두세요. 제가 나중에 할게요’ 해도 잡초들을 다 정리하고 마신다. “내년엔 제발 심지 말고 사다 먹어라~” 머쓱해진 나는 ‘네.. 내년엔 안 심을 거예요” 대답한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나의 텃밭 가꾸기와 정원 가꾸기 실력은 조금씩 매년 나아지고 있다.

매년 아주 조금씩. 비록 매해 창대한 시작에 비해 그 끝은 아쉬울지 몰라도. 로망을 이루기 위한 뒷모습이 어렵고 고단할지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내년 봄, 나는 또 꽃들과 작물을 보며 설레고 있을 것이다. 올해는 또 어떻게 나의 마당을 아름답게 할지 두근거려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잡초를 안 나게 할 수 있을지 또다시 고민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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