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기 1년, 총 경력 1년 4개월, 직무 전환의 악조건
07.
이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을 때가 30살이었는데, 어느새 31살이 되었다.
생일이 이른 편이라 빼도 박도 못하는 31살이 된 것은 좀 억울하지만 그게 사실이다.
나는 그동안 아주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내가 옳다 생각했던 것에 대해 옳지 않다고 전면적으로 반박당하고,
내가 할 수 있다 생각했었던 것이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으로 자리 잡았다.
한 마디로 약간 내 인생이 망한 것 같다. (그렇지 않다고 믿고 싶지만 상황이 절망적이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그 마음에 따랐던 나의 행동들이 업보가 되어 나에게 화살처럼 꽂히고 있다.
내가 되고 싶었던 디자이너. 30살에 큰 마음을 먹고, 그리고 큰 자신감을 갖고 직무 전환 시도를 했다. 그리고 6개월간 학원에 다니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취직 시장에 나를 내놓았다. 그런데 내 기대와는 달리 아무도 나를 사려고 하지 않았다. 경쟁자는 많다 못해 넘쳐흐르고 있었고, 나의 나이는 신입으로 치기엔 너무 많았고, 디자인 배운답시고 때운 6개월의 공백기는 취준 기간과 합쳐져 어느새 1년 가까이 되었고, 이전 경력은 고작 1년 4개월이고, 그래, 나도 변명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되었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았지만 언제나 내 맘처럼 되지 않았다. 좋아하는 것에 완전히 몰입하지 못하면서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파견직, 인턴, 정규직을 거쳤다. 그리고 지금의 무직상태에 이르렀지만 난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다. 학교도 오래 다녔고, 일하는 사이 공백도 많다. 물론 그 공백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었으나, 서류상으로 경력이 최소 3년 이상은 있어야 하는 나이에 신입으로 취직 준비를 하는 31세의 이미지는 그리 긍정적이진 않다.
그래 나도 안다. 내가 남들만큼 열심히 안 했을 수도 있고, 남들보다 조금 충동적이었을 수도 있고, 변덕이 심했을 수도 있다. 세상 물정을 몰랐을 수도 있고, 세상의 취업문이 이렇게 좁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는 죽을힘을 다해 견디는 힘이 부족했다. 난 나약하고, 게으르고,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그저 그런 실패한 청년의 삶을 그린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근데 억울한 마음도 있었다. 매번 죽을힘을 다해 견디는 것이 내가 원하던 삶은 아니었다. 한번뿐인 인생이니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해라.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이었는데, 용기를 낸 도전의 끝에는 수십 수백 건의 탈락 메일만이 남았다.
물론 매일같이 나는 기사들처럼 지금 취직을 하기에는 시기가 좋지 않은 탓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도전은 너무 나도 깊은 불안과 우울을 내게 주었고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누우려 침대에 누웠다가도 불안해서 컴컴한 어둠 속에서 채용공고를 살펴보는- 그런 불행한 삶으로 이어졌다. 잔인한 인생공부를 끝낸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정말이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채용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희망회로를 돌린다.
이 글을 보는 이들에게 감히 조언하자면, 환승이직하세요.
이유 불문하고 죽을힘을 다해 버티고 환승이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