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등굣길 동행

by 글향기

맑은 가을날인데.. 이번주부터 목금은 아이들 등교를 내가 시켜주기로 했다. 애들 아빠가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느라 힘들다고 하니, 내가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도 직장에서 편의를 봐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때로는 이런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사실은 꽤 자주 내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보 똥자루.. 그냥 내 속에서 툭 하고 자주 튀어나오는 말이다. 누가 처음에 나에게 이 말을 들려줬을까.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 마흔 넘어서까지 이 말이 내 속에 가득차 있는지, 시시 때때로 이 말이 나에게 와서 콕 박힌다.


오늘 아침에도 아이들 등교시켜주고 출근길에 하와이 대저택 유튜브 영상을 들었다. 관찰자가 되라고 한다. 판단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관찰자가 되라고. 아이들을 대할 때도 관찰자로 대한다면 참 좋지 않을까.

막내가 어제 새로 주문한 식탁을 보고, 마음에 들었는지,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가 학습지 공부하는 식탁으로 새로 사준다고 하지 않았어? "하고 묻는다.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정말로 없다. 그냥 새 식탁이 마음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자기 공부하는 책상을 바꾸고 싶었나 보다. 그런데 이건 아니지 않나. 그렇게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는 모양을 보니, 애들 아빠가 이 모습을 봤으면, 막내 책상으로 이걸 주자고 할까봐 서둘러 집을 나왔다. 그리고는 막내에게 화를 냈다. "아니, 엄마는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는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없느 말을 막 지어내고, 너 왜 그래? "


다시 생각해 보니 참 모자라다. 내 자신이. 그래, 아이는 그 식탁이 예뻐 보여서 그런 생각 할 수도 있는데, 학교 내려주면서 다시 이렇게 아이에게 물었다. "지금 학습지 공부하는 책상이 뭐가 불편해? " 이 말이 마법의 단어였다. 학교 가는 길 내내 입이 툭 튀어나와서 아무 말도 없더니, 그제서야 그 책상이 이렇고 저렇고, 말을 한다. 그랬구나. 전혀 몰랐다. 학습지 선생님이 오셔서도 많이 불편하셨겠는데, 아이는 선생님하고 더 좋은, 더 이쁜, 더 넓은 책상에서 함께 하고 싶었던 거다.


그럴 수도 있다. 사실 어제 밤부터 고양이들이 사고를 쳐서 애들 아빠가 화가 나 있는 눈치라 내가 더 예민했었나 보다. 또 아이에게 미안하다. 화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학교 앞에서 빠이빠이 하려는데, 아이는 저 멀리 보이는 제 친구 이름을 부르고 야단이다. 아 그렇구나. 학교 앞에 오니, 이제 너의 세계는 친구밖에 안 보이는구나. 전환이 빠르네. 당연한 건가.


그렇게 아이는 커 버렸는데, 내 마음은 황무지가 되어 버렸다. 너덜너덜 걸레조각 같기도 하고, 이 등굣길 동행의 시작은 큰딸과 작은딸의 사춘기 분노로 점철된 아침 시간을 내가 돕기 위한 거였는데, 어제도 오늘도 내가 먼저 화를 내 버렸다. 아이들은 화를 낼 새도 없이 내 눈치를 보며 학교를 갔다. 하하하


출근 후 커피 한잔으로 내 마음을 달래고, 기분을 전환시켜 봐야겠다. 느무 맛있네. 다른 단 것을 줄이고 달달한 커피는 계속 마시면 안 될까. 하루에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건강하게 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했으면 했다고 말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