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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지 Jan 26. 2022

넋두리

농구와 인권운동의 사각지대

과거 존 스탁턴이 이끌던 '도움의 시대'의 농구는 단순했다. 가드는 농구공을 안전하게 공격 코트로 이동시키고 팀 공격의 '탑의 자리'에서 코트 비전을 제시하며 판을 이끌어 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대 농구는 크리스 폴을 중심으로 공을 운반하고 팀원들의 득점을 돕는 역할뿐 아니라 직접 골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완성형 가드가 대세이다.


과거 존 스탁턴 같은 남편들은 돈만 벌어 오던 삶이 주된 업무였다. 이들의 낭만은 퇴근 후 소파와 리모컨, "여보 물 줘"가 보장된 삶이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 진출과 여권 신장은 "니가 직접 떠다 먹어"로 전환, 현대 가정사의 트렌드를 물 부족 국가로 변모시켰다. 바야흐로 아내의 육아와 집안일을 지원해 주지 않는 BQ(Brilliant quotient)가 떨어지는 남편은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버리겠다는 더티 플레이가 만연한 삶이다.


왜 하필 아내의 주변에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남편들이 이리도 많은 건지 이해할 수 없다. 동농 커리 동농 크리스 폴처럼 친구 남편 중에 유독 차인표, 최수종이 넘쳐난다.


동네에 최수종이 넘쳐나는 시대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넬슨 만델라는 유부남들의 희망이다. 27년 동안의 감옥생활은 버텼지만 두 번째 아내와의 결혼 생활은 버틸 수 없던 그는 아내가 동료와 바람을 폈다고 증언하며 이혼을 선택한다. 이를 두고 대한민국의 많은 유부남들은 '감옥 생활은 이겨냈지만 결혼 생활은 이겨낼 수 없었던 것'이라며 자신의 비참한 결혼 생활을 위로하고 있다.


아내는 오늘도 맥주 다섯 캔과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


퇴근한 남편을 날카롭게 몰아붙인다. 양육비를 주면 이혼하겠다는 둥 너는 그래서 안돼 인마 사람이 그러면 안되지 나에게 미리 미안하다고 말했어야지 결과만 통보하면 쓰나 따위의 넋두리다. 흔한 우울증 환자처럼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목소리 역시 격앙되어 있다. 소몰이 창법처럼 남편을 이리저리 몰고 다니다 소 귀의 경처럼 느꼈는지 이내 포기한다.


새벽에 잠에서 깬 아내는 목이 말라 물 한 잔만 달라고 한다. 나는 달라이 라마처럼 그 말에 순응해 물을 떠준다. 이 물이 원효가 마신 깨달음의 물이 되기를 바라며 건넸지만 너무 많이 떴는지 남긴다. 물 부족은 곧 과잉으로 배설될 것이다. 눈을 뜨면 사라지는 일장춘몽처럼 깨달음을 바라는 내가 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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