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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지 Jan 25. 2022

첫 키스의 맛

소금 빵

바게트 빵에 소금 사막이 스민 건가?

바게트처럼 딱딱하지 않아 좋다. 소처럼 느릿느릿 입을 움직이며 생각한다.


'짜네 진짜 소금이네'


두 번째 베어 먹어도 여전히 짜다. 일관된 짬이다. 과연 그러하다. 베이크하우스 진 사장님은 빵을 13년 동안 만들어 오신 분이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느껴진다.


빵집을 들어서면 계산대 사이 첫 번째 빵이 번이고 두 번째 빵이 소금 빵이다. 두 개가 주력 상품이다. 보름 전엔 번을 먹었고 내 자신이 번처럼 느껴지는 번뇌에 빠졌다. 그 번뇌의 끝에서 세상의 소금이 돼라 부추긴다. 번의 부드러움은 따끈한 우유의 질감과 조화로운 반면 소금 빵은 쌉싸름한 아메리카노와 잘 어울린다.


새벽에 글을 쓰며 먹는 소금 빵에 첫 키스의 기억이 혀를 감싼다. 첫 키스의 대상이 안방에 잠들어 있다. 입에 담으면 짠내만 나는 그 이름 아내는 소금 빵처럼 특별한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외형이지만 막상 그 속을 경험하 특유의 맛이 있다. 그 맛에 반해 함께 살고 있다.


매일 맛보긴 힘들고, 가끔씩 생각나는 빵, 나는 한 동안 거의 매일같이 편의점 빵을 즐겨 먹었다. 요즘엔 의도적으로 줄여보려 노력하고 있다. 좀 더 가치있는 맛의 세계를 경험시켜 주고 싶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의 빵과 비싼 빵, 좋은 재료의 빵 등을 많이 경험했으면 좋았을텐데 젊은 시절 대부분 저렴한 빵을 선호한 내 자신이 미워진다.


결국 연애에 있어서도 비슷한 선택을 했다. 성공 확률이 높은 고백만을 따라갔고, 어쩔땐 내가 좋아하는 상대보다 나를 좋아하는 상대를 만나기도 했다. 결과는 대부분 나 자신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이별을 한 경험들 뿐이었다. 불행히 결혼 역시 이와 유사한 흐름으로 흘러갔다.


편의점 빵 어느 매장에서든 내가 먹던 빵을 구할 수 있지만 개별적인 빵집은 내가 그 곳에 가야지만 구할 수 있다. 편리함과 불편함 사이에는 희소성의 가치가 자리한다.


이런 식빵...


나는 요즘 의도적으로 맛있는 걸 먹어 보려 하고 있다. 물론 맛집이라 불리는 곳이 내 입맛에는 와닿지 않은 경우도 많다. 편의점 빵만 줄기차게 먹던 내게는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여기 빵이 내게 그런 곳이다. 역삼동에 위치해 배달도 못 시킨다. 집 근처면 자주 배달시킬 텐데 가끔 퇴근길에 포장해 집에서 먹는다. 베이크하우스와 테이크아웃은 꽤나 잘 어울리는 라임 배치다. 프랜차이즈 빵이나 편의점 빵에 지친 나와 같은 이들에게 권한다.


좋은 것을 맛 보면 알 수 있다. 미묘한 맛의 차이를. 나에게 좋은 재료를 꾸준히 먹이다 보면 나를 더 사랑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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