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성황당으로 죽은 아이를 보려고 모여들었습니다. 서울 언니들이 달려가서 예수님을 전했을 때, 모인 사람들 사이에는 요동이 일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마음이 뜨거워지면서 예수님이 자신의 죄를 모두 다 짊어지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자 흐느껴 울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이 죽은 지 3일 후에 부활하셔서 하늘에 계신 하나님 우편에 앉아 자신이 장차 돌아가 편히 쉴 곳을 마련하고 계신다는 사실이 믿어지면서 감사의 마음에 가슴이 북받쳐 올랐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빈정대면서 험악한 얼굴을 하고 사납게 서울 언니들을 내쫒으려고 했습니다. 마을 이장님은 서울 언니들을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우두머리 격이었습니다.
“하이고, 내 별놈의 일을 다 보겄구만잉? 마을에 조용히 와서 애들 공부를 가르친다기에 허락을 했더니만 그놈의 서양귀신을 몰고 왔구만 잉? 내일 당장 다 여길 뜨더라고 잉? 안 그러믄 우리덜이 강제로 내쫓아버릴 것잉께 잉? 지금 사람 죽은 디 와서 이게 무슨 짓이여? 하, 그놈의 예순가 뭔가 하는 놈이 죽었다가 살아났으믄 여기 죽은 애도 한번 살려 보드라고 잉? 그라믄 내가 믿것구만! 그만 헛수작들 하지 말고 당장 여길 뜨더라고 잉?”
이장님의 목소리는 쩌렁쩌렁 성황당을 울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금방 아이가 죽어서 통곡을 하고 있던 그 집 어머니가 김끝예 언니를 보더니 눈물을 닦고 손을 덥석 잡는 것이었습니다.
“하이고 이것이 누구 디야? 그랴 안 죽고 살아있네 잉? 나여 나! 와 모르것나?”
김끝예 언니가 자세히 보니 시집오기 전 살던 친정마을에서 바로 옆집에 살던 고씨 아주머니입니다.
“아이고 아주머니! 제가 칠공주집 막내딸 ‘끝녀’예요. 아들타령을 하다가 끝내 딸만 일곱을 낳은 집이요. 제가 그 집 ‘끝녀’라니까요.”
“그랴. 딸 좀 고만 낳으라고 이름을 '끝녀‘라고 지었었제.”
“예, ‘끝녀’ ‘끝녀’ 하다가 결국엔 ‘끝예’가 되었죠.”
“근디, 집안 식구들이 다 죽었다는 이야긴 들었는디, 그랴 이렇게 살아서 얼굴이 해 같이 빛나는구만. 그 고통을 다 이기고 그동안 워떻게 살아간 거여 잉?”
이 뜻밖의 상봉에 마을 사람들은 어리둥절하여 얼어붙은 나무처럼 우뚝 서서 구경만 할 뿐입니다. 버럭 소리를 질러대던 이장님도, 술꾼에 노름장이 설이 아버지도, 묵묵한 일꾼 박씨 아저씨도 숨죽이고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울 언니들과 마을 사람들은 죽은 아이와 그 부모님을 모시고 최영감네 빈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방안에 빈소를 차리고 모두가 엄숙하게 밤을 지새웠습니다.
남편의 술과 노름으로 집도 논밭도 없어져 살아갈 길이 막막한 고씨 아주머니네 큰아들이 그만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그렇게 숨을 거두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와룡리 성황당에 가서 굿을 하면 낫는다.’는 점쟁이의 말을 듣고 마지막 방법을 써 본 것인데, 저렇게 아이가 죽고 말았다고 했습니다.
천국잔치를 하던 최영감네 빈집은 갑작스럽게 초상집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 순간에 마을에서 쫓겨날 뻔한 서울 언니들에게는 이 뜻밖의 만남이 죽은 아이의 장례가 끝날 때까지 와룡리에 머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정성스럽게 3일 장을 치르고 난 후, 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매서운 바람을 견뎌낸 와룡리에는 새싹이 돋고 꽃이 피며 새가 노래하는 온화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와룡리 사람들과 서울언니들 사이에도 막힌 담이 허물어지면서 사람들 마음에 아름다운 봄꽃이 피어났습니다.
서울 언니들이 돌아가기 하루 전날에는 마을에 전기도 들어왔습니다. 벌써부터 읍내를 시작으로 와룡리까지 전봇대를 놓고 있었는데, 전기선으로 이어지는 전류가 마을사람들의 집집마다 매달린 작은 백열전구에까지 흘러오게 된 것입니다. 스위치를 켜자 번쩍하고 눈이 부실 정도의 밝은 빛이 와룡리 마을을 환하게 비추었습니다.
“여러분, 참 좋죠? 그동안 등잔불을 켜고 희미하게 보던 것들이 이젠 너무나 선명하고 또렷하게 보이시죠? 오늘 이렇게 환한 빛으로 하나님의 외아들 예수님이 여러분들을 직접 찾아오신 것입니다. 예수님을 마음에 모시고 살아가세요. 저희들이 서울에 가면 예수님 이야기를 자세히 써 놓은 성경책을 모아서 보내드릴게요. 그리고 언젠가 저희들이 다시 이 마을에 오게 될 거예요. 그럼, 그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서울 언니들이 떠날 때 와룡리 마을은 온통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어른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우는 바람에 아이들도 언니들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엉엉 소리를 내면서 흐느껴 울었습니다. 슬픔을 멀리하고 서울 언니들을 태운 소달구지가 덜커덩덜커덩 와룡리 마을을 떠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