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화가들에 대해서도 새롭게 관심이 생겨 도서관에 가면 으레 화가들 이야기에 손이 간다.
이번에도 역시 《눈으로 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부제: 번득이는 지성과 반짝이는 감성으로 나를 포장하자)(이케가미 히데히로, 인서트)에 눈이 가서 책을 빌려온다.
그림이 중심이라 재밌게 보고 그림 설명도 되어 있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딱딱하거나 어려운 책은 읽지를 않으니 어쩌면 '이런 새로운 구상은 참 좋다'는 생각을 해본다.
화가들의 그림을 직접 보려면 외국 박물관에 가야 하고, 화집 같은 것도 보려면 책값이 비싸고, 그러니 먼저 가볍게 보고 읽으면서 화가에 대해서 선지식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내 그림 그리기는 어느 화가를 모델로 할 것인지 취향도 정할 수 있고, 또 화풍이나 기법 같은 것도 어느 것을 가장 많이 사용할지 정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모리리자》와 《최후의 만찬》으로 유명하다. 화가 중에 사후에 그만큼 주목받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러나 살아생전에 그의 삶은 어쩌면 참 불우했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자신을 낳은 어머니는 돈이 없어 아버지와 결혼하지 못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해야 했고, 그는 숙부 밑에서 자라야 했으니 말이다.
그런 배경 때문에 그는 학구적 언어인 라틴어를 공부하지 못했다. 또한 쟁쟁한 화가들, 부와 권력과 정치와 종교와 인맥이 받쳐주는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살면서 늘 고독했던 것 같다.
유아기에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은 어딘지 그 결핍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그것을 그림으로 승화해서 명화를 남겼다. 그가 성모와 성자가 나오는 성모자 그림을 그토록 많이 그린 이유일런 지도 모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만능인 르네상스인이다. 회화뿐 아니라 조각, 건축, 과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 그가 지적 호기심이 왕성했던 까닭이다. 천재 화가로 불리우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림 하나에만 몰두하지 않고 이렇게 다양한 것에 흥미를 가졌기에 그림에 더 깊이 천착하지 못한 것일까?(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일평생 17점의 그림을 그렸을 뿐이라고 한다.) 아니면 그림만으로는 그의 천재성을 표현하기에 역부족이었던 것일까?
사람들은 한 가지 일에 전념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성공'의 개념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람들은 출세와 명예와 돈과 권력을 따라 '성공'을 평가한다.
그러나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는 것, 자신의 영혼의 갈망을 끝까지 추적해서 해소해 보는 것, 그것이 바로 '성공'이 아닐까 싶다. 비록 누가 알아주고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말이다.
평생 가난한 화가로 살면서 생계유지가 어려웠고, 자신의 아내와 자식과도 떨어져 살아야 했던 화가, 그래서 평생 연서를 쓰며 그림을 그리며 살아간 이중섭이 그러했고, 그리고 많은 쟝르를 넘나들며 자신의 지적호기심을 마음껏 발휘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러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대학을 나오고도 직장이 없어 3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 세대, 5포(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주택구입 포기) 세대란 말을 듣는데, 그들에게는 젊음이 있어 이런 무모한 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무어든 해보아야 결과가 나오지 않겠는가 말이다.
《눈으로 읽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읽고 '결핍은 창작의 원동력이다' 이런 독후감을 좀 길게 적어보고 싶다. 모든 소설, 영화,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이 그러하듯이 우리 실제 삶에서도 그러하기에. 진정한 역사의 주인공들은 처절한 결핍 속에서만 태어난다. 혹한을 이기고 새싹이 돋아나듯이, 제 살을 터트려 꽃을 피워내듯이, 그렇게 아픔 속에서만 고귀한 생명은 탄생한다.
《눈으로 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인서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라 조콘다 (모니라자)》는 '그리운 어머니와 이상형'을 묘사한 신비스런 작품으로 그의 '삶의 도달점 자체'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카네이션을 든 성모》는 성모의 표정이 딱딱하고 차갑다.
좌 : 레오나르도 다빈치, 《베누아의 성모》는 표정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성자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성모의 표정에 애정이 넘친다 / 우: 레오나르도 다빈치, 《성안나와 성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