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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퇴시켜줘 Oct 16. 2024

글 ASAP하게 읽어주세요.

판교 사투리의 실체

IT 업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면 말 같지도 않은 용어들이 들려온다. 이런 언어들은 흔히 판교사투리 (판투리)라고 불리는 새로운 스타트업 방언이다. 

나무 쏘 쏘리


"미팅 리캡 팔로업해주시고, 해당 이슈는 애자일로 컨센 맞춰주세요."

"모든 전략 과제의 DUE는 ASAP입니다. 딜레이 디지 않게 타임 매니지먼트 해주세요."

"예정된 MVP 기간 내에 맞춰, PMF 찾는 일정 딜레이 없게 하시죠."


하... 쓰고 보니 모두 내가 하는 말인 것 같다. 왠지 예시들이 술술 나오더라... 


왜 이 언어를 쓰게 되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판교 사투리’를 그저 있어 보이려고 쓰는 거 아니냐고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건 아니다. 영어를 잘하는 척하려고 쓰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일하면서 계속 듣다 보니 입에 붙었고, 그게 더 편하게 느껴진다. 특히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일이 워낙 빠르게 돌아가기 때문에, 짧고 간결하게 의사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ASAP나 MVP, PMF 같은 용어들이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사용되는 여러 용어들이 실제로 실리콘밸리 방법론에서 나온 경우가 많다. 애자일(Agile), 컨센(Consensus), 린(Lean) 같은 개념들은 스타트업의 성공을 이끄는 중요한 전략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용어들이 일상 대화에 스며든 것이다.


그럼 판교 사투리는 꼭 필요한가?


여러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컨설팅도 하다 보니, 모든 회사가 실리콘밸리의 방법론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실질적으로는 굉장히 토속적으로 일하면서도, 용어만 실리콘밸리 스타일을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하는 환경에서 효율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도 있다. 특히, IT 업계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글로벌 경쟁이 심한 업종에서는, 짧고 간결한 영어 표현이 한국어보다 더 적합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데일리 스크럼"이라는 말은 "일일 업무 회의"라는 말보다 훨씬 익숙하고 쓰기 편하다.


판교 사투리, 쓰다 보면 익숙해진다


처음엔 멋있어 보이려고 쓴 것 같지만, 결국 편리함 때문에 자리 잡은 판교 사투리. 

물론 모든 상황에서 다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타트업 특유의 속도와 효율성을 생각해 보면 이 언어는 그 문화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결국에는 우리 모두가 이 언어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혹시나 이 글을 읽으며 헉했다, 당신도 이미 판교 사투리 사용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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