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리를 정했어. 감나무 기둥과 붉은 벽돌이 만드는 그늘 한 조각. 등을 나무에 살짝 기대고, 바람의 결을 만져 봤지.
발소리를 세어 보고, 위험한 소리가 가까워지면 그림자에 붙어 세 걸음—멈춤—호흡. 깜— 별—. 이름은 방패가 아니었어. 나를 잃지 않게 하는 작은 나침반이었지.
아이가 오지 않는 날에도 누군가 그릇을 얕게 채워줬어. 사각—. 그 소리는 마음의 금을 얇게 메워 줬지.
자리를 정한다는 건 떠날 때 덜 흔들릴 나를 미리 세워두는 일.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자리에 앉아, 천천히 눕고, 조용히 일어났어.
깜별이 한마디
기대어 쉴 자리를 정하니, 떠날 때도 덜 흔들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