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황사에서
-박숙경
일주문 앞,
어디서 오는지 모를 바람이 안깁니다
삼복 볕을 정수리에 이고 서 있어도 서늘합니다
어느 쪽으로도 가깝지 못한 내가
마냥 가득한 초록 그늘 따라
설레며 걷다가 걷다가 설레며 돌계단을 딛습니다
대웅보전 문 밖에 서서 첫 합장을 합니다
닫힌 나를 엽니다
문득, 뒤돌아봅니다
바람개비조차 묵음으로 견디는 칠월
땅끝(土末)으로 번지는 독경 소리에 참나리꽃이 입술을 오무립니다
자하루 앞, 돌계단 아래
수국처럼 쪼그리고 앉았다가 떠나갔나 봅니다
그녀는 어디에도 없고
아무 곳에나 있었습니다
그림자를 넓혀가는 솔 그늘 아래
열흘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만하다 돌아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