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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숙경 Nov 09. 2023

사랑 아닌 것들 모두 잊었다

계절을 건너는 방식


계절을 건너는 방식      -죽변항에서


                        박숙경


창문마다 파도가 앉아 있었다

바람이 그려논 구름 무늬를 밟으며 달빛이 다가서자
여름은 사라졌다

희미한 달빛은 성난 파도의 생각을 잘게 부수어
하얗게 하얗게 쌓았다

멎은 지 오래된 심장을 더듬으며
사라져버린 여름을 기다리다 잠이 들었고
벼랑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돌아 누워도 섭섭해지지 않는 계절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갈매기가 말해주었고
새벽은 소리없이 스며들었다

다시 아무렇게나 앉아
집어등 빛을 쫒다가
뛰어갈수록 놓치게 되는 것이 불빛이란 걸 깨달았다

시작된 가랑비는 가을비로 연결되고
속 깊은 바다는 그 많은 빗방울을 다 받아주었다

하룻밤 새 여름을 건너 가을에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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