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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숙경 Nov 15. 2023

사랑 아닌 것들 모두 잊었다

운호리에서

운호리에서 


                     -박숙경


  

석양이 다녀가자 당신의 눈동자에서 바다가 사라졌다 

한껏 번진 노을은 흰구름을 밀어 올렸고

밤안개는 저녁을 밀쳐내고
달빛을 낳았다

컹컹 어둠이 짖는 소리에
개밥바라기 별이 눈을 뜨고
소쩍새는 소나무 숲을 헤치고 내려와
물고 있던 일곱 개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사라진 고양이처럼
카시오페아가 사라져 버린 밤
비행기가 자주 행성을 물어나르면
당신의 눈동자에 갇힌 별이 글썽거렸다

빛나는 것들의 움직임에는 이유가 있는 법

그 여름의 사랑처럼
숨을 오래 참으면
별빛은 물결무늬로 심장을 향하고
초승달을 기다리는 당신의 눈동자는
다시 푸른 바다로 출렁거렸다 

휘목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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