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모기는 악랄하다. 필사적으로 달려든다.
금방 태어난 모기도 능숙하게 소리도 없이 침을 꽂고 순식간에 피를 빨아간다.
피를 조금 주는 거쯤이야 참을 수 있지만 그 간지러움은 견딜 수가 없다.
어떤 면에선 모기가 불쌍하다.
왜 동물의 피를 필요로 하게 되었으며
다 차치하고 간지러움만 주지 않아도 웬만큼 견뎌줄 수 있는데
어쩌다가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해서
인간이며 소, 말 등이 모두 싫어하는 곤충이 되었을까?
그중에 암놈이 더 불쌍하다. 숫모기는 피를 빨지 않는다.
꽃의 꿀이나, 과즙을 빨아 먹으며 꽃가루를 옮기는 수분(受粉) 곤충 역할을 해서
오히려 세상에 도움이 된다.
여자 모기는 알의 성숙에 필요한 단백질을 피에서 섭취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미움받을 운명이다.
하긴 여자 모기 때문에 수분을 하며 좋은 일을 하던 남자 모기도
때려 잡히기 때문에 남자 모기도 불쌍하다.
함허동천 계곡가에 텐트를 치고 단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커다란 모기가 방충망 앞에서 필사적으로 달려든다.
안에 핏덩이가 있는데 들어갈 방법이 없어 거의 화가 난 모습이다.
요즘 모기는 소리도 없다는데 이놈은 거의 미칠 지경인지
고함까지 지르며 들어가게 해 달라고 내게 화를 낸다.
끈질기게 달라붙고 잠시 떠났다가 다시 나타난다.
초대하기로 했다. 방충망을 살짝 열었다.
막상 문을 열어주니 한참을 어디에 가 있다가
나중에 열린 구멍을 찾아내서 허겁지겁 들어온다.
손님을 받고 방충망 지퍼를 올렸다.
대단히 영리한 놈이다.
아깐 화가 나서 소리를 질러대더니
막상 들어와선 소리를 죽이고 금방 내게 달려들지 않고
한쪽 모퉁이로 가서 나를 관찰하며 노린다.
그리고 나를 향해 마침내 비상한다.
허공에 손바닥이 마주치는 소리가 난다. 재빠르게 벗어난다.
플래시를 켜고 그 녀석을 찾아 나선다.
보였다 싶으면 금방 사라지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다시 나타난다.
대단히 영리한 놈이다.
하지만 절대 이길 수 없는 세상에 들어와 버렸다.
마지막 순간 투명한 방충망을 향해 소리 없이 비상한다.
위기를 느끼고 피를 포기하고 온 힘을 다해 날아오른다.
절망이다. 이럴 수가 없는데 막혀있다.
내 손바닥에 뭉개졌다. 피 한 방울 튀지 않는다.
단 한 번의 손뼉치기에 3차원의 물체가 납작해졌다.
완벽한 승리다.
엊저녁의 수십 번의 패배를 한 번의 유인작전과 매복작전으로 완벽하게 제압했다.
그 녀석은 위기 때가 아니면 절대로 소리 내지 않는 현대식 특전사 모기였다.
특전사 모기를 상대로 피 한 방울 뺏기지 않고 승리를 거두었다.
이번 여름 모기와 전투에서 수없이 졌지만,
올해 마지막이길 바라는 전투에서 이겨서 결국 이 전쟁의 승자는 나다.
난 살아있고 특전사 여자 모기는 뭉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