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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킹맘 에이미 Oct 30. 2021

"저는 눈이 안 보여요."(소망이의 자기소개)

시각장애아동과 함께 성장하는 엄마의 이야기

저는 눈이 안 보인다라는 제목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제가 한 말은 아니고요. 한 달 전쯤 소망이의 특수체육 선생님과의 첫 번째 상담에서 다섯 살의 소망이가 자기를 소개하면서 꺼낸 말이에요.

제 아들은 날 때부터 앞을 볼 수 없는 선천적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입니다. 저는 이 아이를 키우며 많이 배우고 많이 도움받고 또 제가 도울 수 있는 도움을 나누려고 살아가고 있어요. 그러면서 저도 함께 성장하고 있지요. 이 날은 저에게 좀 특별한 인상을 받는 말을 소망이가 툭! 하고 내뱉어 준 날이었답니다. 한 번도 이 세상을 그리고 자신의 모습 또는 엄마인 저의 모습을 본 적은 없는 소망이는 이제 자신이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하고 삶에서 경험해 가고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사실 조기 맹아 교육법이라는 책을 통해 3-5세 사이에 맹아들을 자신이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어려움에 처하는 시기를 겪기도 하고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그 시기를 지나기도 하고 아이의 성향이나 가정에서 양육받은 배경 등 수많은 영향에 따라 수많은 반응들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책으로 배워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항상 궁금했어요. 성인 시각장애인 분들께 언제 자신이 보이지 않는 것을 인지했고, 그때 어땠는지를 소망이가 3세가 되면서부터 자주 묻곤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정말 호기심이 많은 사십 대의 워킹맘입니다. 그리고 무엇인가 직접 체험, 경험으로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요. 그런데 앞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으로만 가능한 분야이다 보니 저는 질문을 많이 하고 그 답을 찾으려고 이곳저곳 많은 곳을 돌아다녔던 것 같아요. 최대한 내 아이에게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부정적이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려고 항상 애쓰고 노력하면서 살고 있어요.


요즈음은 소망이기 사실 지금의 나이에 외형상으로는 시각장애를 가진 전맹이라는 인식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안구도 온전하고 사실 얼굴 중에서도 눈이 정말 크고 이쁜 아이라 사람들이 내 아이가 시각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냥 혼자 두고 도움이 필요해도 도와주지 않아서 다치면 어쩌나 하는 괜한 걱정들을 많이 하고

지내곤 했어요.

그런데 저의 이러한 앞서가는 근심을 한 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소망이의 자발적인 답변? 자기소개는 저에게 아하! 하는 깨달음을 준 사건이었답니다.


 특수 체육 선생님께 먼저 제가 "제 아들이 이름은 ***입니다. "라고 이야기드렸어요. 그랬더니 소망이는 정말 1초도 주저하지 않고 "선생님! 저는  눈이 안 보여요!"라고 정말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했어요.

'아~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면 되는 거구나.~!

나도 그렇게 대처하면 되겠구나.' 하며 그제야 깨달은 것을 소망이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답니다. 자신이 세상을 살아갈 방법을 말이죠!

제가 나중에 나와서 물어보니 소망이는 선생님께 자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여기서 *보여주고 싶다는 것은 *알려드리고 싶다는 정도의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아직 부족한 엄마는 아이로 인해 오늘도 또 하나 배우고 조금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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