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킹맘 에이미 Aug 31. 2022

4세 시각장애아동의 계란 까기

여느 4세와 다를 것 없는 일상

(이 글은 소망이가  4세였을 때 기억을 붙잡고자 써 놓았던 저의 기록의 일부입니다.)

저는 4세 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소망이의 엄마

일도 하고, 육아도하고, 공부도 하며

항상 많은 꿈 꾸는 삶을 사는

슈퍼맘이에요.


며칠 전,

부활절 계란이 친정아버지의 손을 통해

저희 집에 왔어요.

(저희 친정 아빠는 바쁘세요. 근처에 사는 마흔 넘은 딸들, 손주 손녀에게 필요한 것들을

짜잔 짠 잔. 배달해주시며 바쁘게 지내고 계시죠.)


4세 소망이는 계란 까기를 좋아합니다.

(시각장애를 가진) 소망이를 낳고,

눈물로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우나 고민하던 때,

집으로 찾아와 주신 특수쌤(특수교사)이 계셨어요.

그 선생님께서 저에게 특히 강조해 주신 부분은


이 아이를 다른 아이와 똑같이 키우셔야 합니다!

였답니다.


무슨 말인즉, 눈이 안 보인다는 이유로 때로는 가엾다는 이유로 엄마가 모든 것을 다 해주지 말라는 이야기였어요. 아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도 많은데, 나이를 많이 먹고도 바나나를 깔 줄 모르는 시각장애를 갖은 사람도 있고, 이미 수저 사용을 해야 할 나이가 한참 지났는데도 다 떠먹여 줘야 먹는 아이들도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아이는 결국 엄마가 만드는 거라고..


사실, 바나나를 못 까는 아이도 있다는 말이 저에겐 조금은 충격적이었거든요. 제 딸아이는 어릴 때부터 소근육이 발달되었고 자발성도 강한 편이라 저는 스스로 하기를 중요시했던 4살 딸아이 엄마였으니까요.


그런데 소망이를 키우다 보니 바나나를 못 깔 수도 있었겠다... 내가 그 아이의 엄마는 아니었으니, 지금 나도 4살 난 소망이에게 밥을 자주 먹여주고, 내가 대신해주고 하는 것이 많은데... 그 엄마도 그럴 수도 있었겠지! 또 이해가 가기도 하더라고요!(이제야 고백하자면요..)


그렇지만, '자립'이란 단어는 시각장애를 가진 내 아이 소망이에겐 특히 중요한 말이니까


내가 자립을 돕는 엄마가 돼야지.! 라며


매일 생각해요~.


그래서!


소망아~이거 무슨 소리야!


똑똑똑 그릇에 계란을 두드려보며 그의 청력을 자극해봤어요. 그리고 어떻게 까는지 까 볼까? 물어보기도 하며 여러 번 계란 까기를 시켜봅니다.


지금은?


그래도 나름 잘 까요:)


여느 아이의 손동작이나 다를 바는 없어요.


엄마 저 좀 보세요~~~

                                 (소망이의 말)


그러면서 야무지게 계란을 까는 고사리 손을 가진 아이예요~

(근데... 너  혹시...보이는 거.... 아니니?

왜 이렇게 잘 까지?)


가끔은 생각해봅니다.


소망이가 좀 더 크고 자기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저에게 보는 게 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지를요..

좋은 답을 생각해 놔야지~~^^




계란 껍데기 까기가 다 끝나고!


우쭈쭈. 우쭈쭈.


잘했어:)라고 얘기해주고,


머리도 쓰다듬어 줘요.



좀 부족한 엄마지만,


엄마도 처음이야...


특히, 보이지 않는 아이는 말이야.


엄마도 노력할게.


그냥 엄마 아들 소망이로


건강하게, 밝게, 자라다오.

이전 02화 아들이 나에게 선물해 준 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