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킹맘 에이미 Oct 22. 2023

너를 처음 만난 날

땡그란 눈

 "이 아이는 지금 시력이 없습니다. 앞으로 앞에 있는 사물의 형체를 희미하게라도 알아볼 수 있을지 아니면 빛조차도 구분할 수 없을지 알 수 없습니다. 해 드릴 수 있는 것이 현재로는 없습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게 잘 교육하십시오." 의사 선생님께서 정말 무미건조한 말투로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이 말을 듣는 나와 남편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을 안 해 본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도 너무나도 차가웠던 말은, 그땐 우리에게 너무 괴로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희망고문 없이 지금까지 지내 오게 하고  아이를 잘 키워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금을 만들어 주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소망이가 일곱 살이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6년 몇 개월 전 소망이는 나에게 찾아왔다. 첫째 아이로 딸아이를 얻었고, 둘째 아이로 아들이 태어날 것은 미리 알고 있었다. 딸은 출산휴가 후 3일 만에 나를 찾아왔었고, 아들은 출산 휴가 후 5일이 지나서 나에게 찾아왔다. 조금은 쉬고 만나고 싶었는데, 둘 다 나를 빨리 만나고 싶었었나 보다. 화요일 저녁을 먹을 때쯤 양수가 터졌다. 초산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 긴장하지 않고, 가방을 메고 성큼성큼 걸어서 진료받던 산부인과를 향했다. 친절하게도 친정 언니가 동행해 주었다. 친정엄마가 아기 낳을 때 옆에 있는 것을 나는 원치 않았고, 남편이 올 때까지만 언니가 있어주기로 했으니... 나의 첫째, 언니의 첫째는 친정엄마가 잠시 맡아주셨고, 그렇게 같이 산부인과를 향해 걸어갔다. 겨울이라 공기가 차가웠고, 길이 여기저기 얼어있었지만, 씩씩하게 걸어서 도착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도착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경산이라 아이를 오늘이 끝나기 전에 밤 12시 이전에 만나 줄 것이라고 얘기하셨지만, 나는 촉진제를 맞고도 아이가 내려오지 않아 밤을 꼬박 새우고 스무 시간이 넘는 시간을 저녁도 못 먹고, 아침 점심 모두 거른 채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견디다 견디다 정말 힘겹게 소망이를 만났다. 첫째와 달리 소망이는 처음부터 눈을 땡글 거리면서 우렁차게 울었다. 너무나 이쁘다. 둘째는 좀 더 얼굴이 완성되어 나오는 건지,,, 이쁘기만 했다. 아이를 낳고 다음날 신생아 실로 소망이를 만나러 갔을 때 아이의 동그랗던 눈이 아직도 기억난다. 아직 눈 맞춤을 할 수 있는 개월 수는 아니지만 너무 크고 이쁜 동그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오십일이 지나도, 주시하지 못하고 자주 움직이던 눈동자로 인해 안경도 씌워보고 움직이는 위치에 나를 두고 눈 맞출 수 있다고 믿으려고 노력하기도 했던 것 같다. 가족들도 나에게 소망이가 눈이 좀 이상한 것인지, 둘째이고 남아라 좀 늦된 것인지 조심스레 얘기하곤 했다. 그때부터였는지 모르겠다. 나도 알고 있었지만, 받아들이기 힘들고 아닐 거다. 시간이 지나면 내 아이는 나를 바라봐 주면서 눈을 맞출 거라면서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선고를 받듯이 나에게 내려진 볼 수 없다는 너에 대해 들었을 때, 너를 만나던 순간이 떠올랐다. 세상에 나왔을 때도 너는 어둡고 침침했을 거야. 그래서 더 그렇게 그게 울었는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이제 이 세상엔 너 혼자가 아니야. 이 세상이 어두운 곳이 아니란다. 엄마가. 아빠가 우리가 너와 함께 있어~너의 앞길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