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사이 인기 폭발한 ‘국민 생선’

잔가시 지옥이라 불렸던 청어, 다시 국민 생선으로

by 헬스코어데일리
1.jpg 청어 잡이 자료사진. / Konstantin Baidin-shutterstock.com

여름철에 청어는 살이 차고 기름과 단맛이 잘 맞물린다. 회로 썰어 올리기 좋고, 초밥이나 김밥 재료로도 적합하다.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아 집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손질 과정이 까다로워 순서와 요령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한때는 잔가시가 많아 직장인들의 점심 생선구이 메뉴에서 기피 대상으로 꼽히던 생선이었지만, 최근 10여 년 사이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고급 식당과 초밥집을 중심으로 재평가되며 ‘숨은 별미’로 자리 잡았고, 소비자 인식도 바뀌어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달 22일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에 공개된 영상에서는 청어의 제철 시기와 신선한 개체를 고르는 방법, 손질 순서, 그리고 회·초밥·김밥으로 이어지는 조리 과정을 소개했다. 청어는 봄부터 가을까지 특히 여름에 회로 즐기기 좋으며, 겨울에는 알이 붙어 구이나 조림에 어울린다. 이날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구입한 상자는 14마리에 2만8000원으로, 마리당 1500원에서 3000원 선에서 거래됐다.


신선한 청어를 고르는 법


청어는 주로 새벽 경매장에서 거래된다. 얼음이 과도하게 녹아 있거나 눈이 충혈된 것은 하루 지난 물량일 수 있다. 눈이 맑고 투명하며, 아가미가 선홍빛을 띠고, 비늘이 잘 붙어 광택이 살아 있어야 한다. 몸통을 들어 올렸을 때 탄력이 유지되는 것도 확인해야 한다. 꼬리만 잡았을 때 몸이 늘어지면 상태가 떨어진 것으로 본다.


선어는 하루 정도 지난 것이라도 회로 먹는 데 무리가 없지만, 이후에는 구이·튀김·조림으로 조리해야 제맛을 낼 수 있다.

2.jpg 신선한 청어의 모습. / 유튜브 '입질의추억 TV'

'국민 생선' 청어 손질과 조리 방법


청어 손질은 머리와 내장을 정리하는 일로 시작된다.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피를 씻어낸 뒤 포를 뜬다. 갈비뼈와 옆가시는 통째로 뽑아내는 것이 좋고, 목살 부근에 몰려 있는 잔가시는 손끝으로 확인하며 제거한다. 항문 아래쪽은 완전 제거가 어려워 칼집을 넣어 잘게 끊어내 식감에 걸리지 않게 한다.


포를 뜬 살은 소금물에 1~2분가량 담갔다가 건지면 살이 단단해지고 표면이 정리된다. 껍질은 등과 살 사이 틈에 젓가락이나 칼등을 넣어 벗기고, 격자 칼집을 촘촘히 내면 잔가시가 남더라도 식감에서 불편함이 줄어든다.


회는 쪽파와 생강을 곁들이면 기름이 깔끔하게 정리되고, 시소와 와사비를 올리면 향이 한층 살아난다. 초밥은 식초와 소금을 비율에 맞춰 간을 한 밥 위에 손질한 청어를 올려 완성한다. 김밥은 밥을 펴고 청어살을 돌려 채운 뒤 쪽파와 생강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시식 결과 살은 부드럽고 기름의 단맛이 살아났으며, 잔가시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3.jpg 청어회 자료사진. / 유튜브 '입질의추억TV'
4.jpg 청어김밥. / 유튜브 '입질의추억TV'

청어를 남긴 옛 기록들


청어는 등 쪽의 푸른빛에서 이름이 유래했으며, 비웃·비어 등 지역마다 다른 별칭으로도 불린다. 몸길이는 약 35cm, 측선이 없고 둥근 비늘이 잘 벗겨지며, 아래턱이 약간 앞으로 나와 있다. 우리나라 동해 북부를 비롯해 사할린, 알래스카, 캐나다, 미국 북부 해역까지 넓게 분포한다.


청어는 오래전부터 한국인의 식탁과 밀접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생김새와 서식, 잡는 법과 먹는 법, 약재로 활용한 내용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다. “맛 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는 명태”라는 속담은 청어의 맛을 보여주는 구절로, 값이 저렴해 서민과 선비 모두 즐겼다.


전라도 지방의 ‘청어 엮자’ 놀이는 달밤에 여인들이 손을 잡고 춤추던 풍습으로, 청어가 일상에 얼마나 친숙했는지 보여준다. 다만, 한 번에 대량으로 잡히는 특성 때문에 '흔한 생선'으로 취급되며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시기도 있었다.

5.jpg 서울의 한 수산시장. / Jonathon Dallimore-shutterstock.com

청어는 영양가도 높다. 100g당 약 155kcal로 비교적 낮은 열량이지만, 단백질 함량은 18%에 이른다. 로이신, 라이신, 발린 등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고, 간에는 비타민 B군이 다량 함유돼 있어 빈혈 예방에 좋다고 전해진다. 하체 기운이 약한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민간 전승도 있으며, 쓸개나 젓갈을 질환 치료에 활용한 기록도 있다. 다만 오늘날에는 민간요법 차원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청어알은 살코기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아 약 25%에 이르며, 감칠맛이 뛰어나 캐비어 다음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다만 쉽게 상하기 때문에 반드시 신선할 때 조리해야 한다.


청어로 만든 음식에는 살을 곱게 걸러 맵쌀과 쑨 ‘비웃죽’, 밀가루와 달걀 옷을 입혀 끓인 ‘비웃찜’, 고추장 양념에 넣고 끓인 ‘비웃지짐이(청어전)’가 있다. 조림, 젓갈, 백죽도 전해지며, 구이가 청어 특유의 향을 가장 잘 살리는 방법으로 꼽힌다.


청어는 흔히 값싼 생선으로 여겨졌지만, 손질에 공을 들이고 제대로 조리하면 한 접시의 완성도는 결코 낮지 않다. 신선한 개체를 고르고, 가시를 세심히 다듬으며, 곁들이를 알맞게 맞추면 맛이 달라진다. 값은 저렴해도 맛은 충분히 특별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한 마리에 6224만 원이나 하는 '국민 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