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운동화가 발을 망치는 이유
가을은 달리기를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도심 공원이나 하천변에는 아침저녁으로 러닝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체력 관리를 위해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도 많지만,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달리기에 나서면 발에 무리를 주기 쉽다. 특히 밑창이 닳은 신발은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반복된 자극이 발바닥 조직에 손상을 일으킨다.
‘족저근막염’은 러너 사이에서 흔히 나타나는 질환이다. 한 번 생기면 걷는 동작 전체가 불편해지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몇 달 동안 통증이 계속될 수 있다. 따라서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신발 상태부터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발바닥 전체를 지탱하는 ‘족저근막’은 인체의 하중을 가장 먼저 받는 부위다. 뛰거나 걷는 과정에서 몸의 무게를 흡수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반발력을 전달한다. 이 조직이 손상되면 발뒤꿈치 안쪽에 찌릿한 통증이 나타나며, 특히 아침에 첫발을 디딜 때 극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잠시 움직이다 보면 통증이 줄어들기도 하지만, 다시 앉아 있다 일어나면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 이 때문에 통증이 사라졌다고 착각하기 쉽다.
걷거나 뛰는 동작을 자주 반복하면, 족저근막에 미세한 손상이 누적된다. 운동화의 쿠션이 닳아 충격 흡수가 되지 않거나, 평소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도 발바닥에 많은 부담이 생긴다. 여기에 딱딱한 바닥에서 농구나 배구처럼 점프 동작이 잦은 운동을 자주 하면 위험이 커진다.
족저근막염의 원인은 대부분 반복된 미세 손상이다. 처음에는 피로감 정도로 시작되지만, 염증이 생기면 걷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이때 달리기를 계속하면, 회복될 틈이 없어 상태가 더 악화된다. 치료는 원인을 바로잡는 것에서 시작된다. 발에 무리가 가는 운동을 중단하고, 쿠션이 충분한 신발로 교체하는 것이 기본이다. 통증이 심할 때는 일시적으로 활동량을 줄이고, 족저근막과 아킬레스건을 부드럽게 늘려주는 스트레칭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벽을 짚고 종아리를 뒤로 당기거나, 발바닥에 수건을 걸어 당기는 동작이 대표적이다. 이런 간단한 스트레칭만으로도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보조기 착용도 한 방법이다. 발뒤꿈치 밑에 넣는 실리콘 힐컵은 충격을 줄여주고, 염증 부위의 압박을 완화한다. 쿠션성이 높은 인솔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만약 이런 방법으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병원에서 약물 치료나 주사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운동화는 외형보다 기능이 우선이다. 밑창의 탄력과 쿠션이 무너지면, 아무리 비싼 신발이라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오래 신어 익숙하다는 이유로 낡은 신발을 계속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족저근막염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신발의 수명은 보통 500~700km 정도로 알려져 있다. 달리기 빈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개월에서 1년 주기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화 밑창이 한쪽으로 심하게 닳았거나, 발바닥 쿠션이 꺼진 느낌이 든다면 즉시 교체해야 한다. 신발 끈을 묶었을 때 발등이 너무 조이거나 헐거운 것도 좋지 않다. 발이 신발 안에서 미끄러지면, 충격이 분산되지 않아 발바닥에 하중이 집중된다. 또한 달리기 전에 체중을 충분히 지탱할 수 있는 근육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아리 근육과 발목을 충분히 풀어주면, 족저근막에 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족저근막염은 한 번 발생하면 치료가 오래 걸리지만, 사전 관리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질환이다. 신발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러너에게 신발은 몸을 보호하는 도구다. 오래된 신발을 그대로 신는 것은 발뿐 아니라 관절 전체의 피로를 키우는 지름길이다. 매일 쌓이는 작은 통증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불편함이 느껴질 때는 바로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