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손톱에 생긴 줄, 단순한 노화 아닐 수도
손톱에 가느다란 줄이 생기면,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하지만 그 줄이 단순한 노화나 습관이 아니라 피부암의 한 형태인 악성 흑색종의 초기 징후일 수도 있다. 지난 5월 유튜브 채널 'CBS 경제연구실'에 출연한 방숙현 디알피부과의원 원장은 “손톱의 줄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특정 형태는 악성 흑색종과 관련될 수 있어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흑색종은 피부암 가운데, 전파와 전이가 빠른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손끝에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림프절이나 다른 장기로 퍼질 수 있다. 방 원장은 “처음 발견 단계에서는 간단한 절제로 끝나지만, 전이가 진행되면 손가락 절단이나 항암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악화된다”며 “처음 발견이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톱에 줄이 생겼을 때 무조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 모양과 색, 범위를 살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손톱의 줄은 대부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이가 들면서 손톱을 만드는 부위가 약해지거나 건조함이 심해지면 세로줄이 생길 수 있다. 습관적으로 손끝을 자극하거나 손톱 주변을 만지는 행동도 원인이 된다. 이런 경우에는 양손 열 손가락에서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며, 시간이 지나면 점차 옅어진다.
가로줄은 독감, 고열, 스트레스, 항암 치료 같은 상황이 원인일 수 있다. 이 역시 열 손가락 동시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방 원장은 “이런 일시적인 줄은 대부분 회복되며, 큰 문제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줄의 형태가 한 손톱에만 집중돼 있고, 점점 굵어지거나 색이 섞여 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주변 피부까지 색이 번지거나 통증이 느껴질 경우에는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방 원장은 손톱이나 피부에 나타난 변화가 악성 흑색종인지 구별하는 기준으로 ‘ABCDE 법칙’을 소개했다. 먼저 A는 ‘비대칭(Asymmetry)’으로, 양쪽 모양이 다르거나 경계가 고르지 않을 때 의심해 볼 수 있다. B는 ‘경계(Border)’를 뜻하며, 윤곽이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하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C는 ‘색(Color)’으로, 검정·갈색·회색처럼 여러 색이 섞여 있는 경우가 해당된다.
D는 ‘크기(Diameter)’로, 폭이 3mm 이상이거나 점점 커지는 양상을 보일 때 살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E는 ‘변화(Evolution)’로, 최근에 모양이나 색이 달라지거나 통증이 생긴다면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손톱뿐 아니라 발톱, 손바닥, 발바닥에서도 흑색종은 발생할 수 있다. 방 원장은 “이 다섯 가지 중 두세 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병원에서는 먼저 육안으로 손톱의 색과 형태를 관찰한다. 이후 ‘더모스코피’라는 확대 장비를 사용해 손톱 밑 색소의 분포를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의심되는 부위가 있다면, 조직 검사를 시행한다. 방 원장은 “손톱 조직 검사는 쌀 한 톨 크기 정도만 떼어내는 수준으로, 생각보다 간단한 절차”라며 “겁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조직 검사 결과가 흑색종으로 확인되면, 수술로 병변을 제거한다. 국소에 그친 경우엔 손톱 부위만 절제하면 되지만, 전이가 확인되면 절단이나 항암 치료가 병행된다. 림프절로 확산되면 5년 생존율은 60%, 다른 장기로 번질 경우 25%로 떨어진다. 반대로 조기에 발견하면 99%까지 생존이 가능하다.
흑색종은 자외선 노출과 관련이 많다고 알려졌지만, 손톱이나 발톱처럼 햇빛이 닿지 않는 부위에 생기는 경우에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가족 중 피부암 병력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좋다.
생활 습관도 중요하다. 손톱을 자주 자극하거나 다치는 습관, 손톱을 깨무는 행동은 손톱 밑 조직에 손상을 준다. 감염으로 인한 염증이 반복될 경우에도 세포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방 원장은 “사소한 상처나 자극을 반복하지 않고, 손톱 주변을 청결히 유지하는 것이 예방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또한 네일아트 시 자외선 램프에 손을 오래 노출하거나 인공 태닝을 반복하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방 원장은 “네일 시술 자체보다 자외선 조사 시간이 길거나 잦은 경우에는 흑색종 발생 가능성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며 “가능한 한 자외선 노출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기존에 생긴 손톱줄이 시간이 지나 악성 흑색종으로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방 원장은 “단순 손톱줄과 흑색종은 전혀 다른 질환”이라며 “손톱줄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암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기존의 줄이 변형되거나 색이 바뀌면 즉시 확인해야 한다. 방 원장은 “손톱줄은 대개 노화, 건조, 외상 등으로 생긴다”며 “다만, 색이 짙어지거나 통증이 동반될 때는 의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흑색종은 처음부터 악성으로 시작한다. 방 원장은 “흑색종은 양성과 악성으로 나뉘지 않는다. 발견 즉시 치료해야 하는 악성 종양”이라며 “빠른 발견만이 치료를 쉽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손톱에 줄이 생기거나 점이 생겼을 때, 또는 기존의 모양이 달라졌다면 스스로 ‘ABCDE’를 점검하고, 의심되면 바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