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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무조건 먹어야 하는 ‘한국 생선’

겨울 시작되자 폭발한 방어 열기…사람들이 서둘러 찾는 이유

by 헬스코어데일리
5992_9828_4015.jpg 냉동 방어 자료사진. / makieni-shutterstock.com

찬 기운이 닿기 시작하면 입안에 먼저 떠오르는 맛이 있다. 날이 차가워지는 때마다 검색어 상위로 치고 올라오는 음식이 있는데, KBS에 따르면 이 시기에는 검색량이 평소보다 830배 가까이 치솟는다. 바로 겨울마다 존재감이 강해지는 방어다. 추위가 시작되면 “올해 방어 어디서 먹지”라는 말부터 나오는 이유가 있다.


가을 끝자락이 되면 북쪽 해역에서 움직이던 방어 무리가 남쪽으로 빠르게 내려온다. 오랫동안 제주 마라도와 모슬포 앞바다는 방어가 모이는 대표 지역이었고, 이 시기 항구는 방어를 손질하려는 배들로 붐볐다. 그런데 몇 년 사이 동해에서도 방어가 많이 잡히기 시작했다. 바닷속 온도가 달라지면서 이동 경로가 예전보다 길어진 데다, 지역마다 잡히는 방어의 크기와 맛도 조금씩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많다. 이런 변화가 방어를 찾는 사람을 해마다 더 늘리며 겨울철 인기 생선으로 굳히고 있다.

5992_9830_4946.jpg 12월 제철이라는 방어 네컷만화. / 헬스코어데일리

방어는 겨울이 되면 살집이 단단해지고 기름층이 고르게 차오른다.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가 가장 좋은 시기로 꼽히며, 지느러미를 움직일 때마다 탄력이 느껴질 정도다. 알을 준비하는 시기라 살결 사이에 지방이 부드럽게 자리하고, 입안에 넣으면 녹아내리는 듯한 맛을 만든다. 1m 가까운 개체도 나오는데, 클수록 살 안쪽 지방층이 안정돼 향과 식감이 훨씬 깊어진다. 보통 10kg 안팎을 대방어라 부르며, 횟집에서도 가장 먼저 사라지는 크기다.


대방어에서 느껴지는 겨울 식감의 차이

5992_9827_4015.jpg 방어회 자료사진. / photohwan-shutterstock.com

방어는 부위별로 맛 차이가 확실하다. 등쪽은 담백하고 결이 단단해 씹는 맛이 있고, 뱃살은 지방층이 넓게 퍼져 한 점만 먹어도 고소함이 오래 남는다. 등살과 뱃살 사이에 자리한 붉은빛 사잇살은 결이 살아 있어 생고기처럼 부드럽게 넘어간다. 이런 부위들은 얇게 써는 것보다 두껍게 떠야 입에서 지방층이 자연스럽게 퍼지며 제맛이 난다. 제주에서는 초고추장 대신 따로 손질한 양념을 내놓기도 하는데, 이 조합이 여행객에게 특별한 맛으로 오래 남는다.


방어는 머리와 뼈까지 손댈 곳이 많다. 머리 부분은 숯불 위에 올리면 향이 강하게 살아나 별도 요리처럼 즐길 수 있다. 회를 먹다 마지막에 구운 머리를 함께 먹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방어 철이 열리면 제주 모슬포항에서는 축제가 진행된다. 시식 행사와 손잡이 체험 등이 준비돼 여행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다. 겨울이면 이 지역이 유독 북적이는 이유다.


비타민D·타우린까지 담긴 겨울철 영양 생선

5992_9829_4016.jpg 재래어시장에서 판매하는 방어 물고기와 오징어 한 바구니. / Much Imron-shutterstock.com

겨울 방어가 사랑받는 이유는 맛뿐 아니라 효능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방어는 단백질을 듬뿍 품고 있어 적은 양만 먹어도 포만감이 크다. 지방층에는 불포화지방산인 DHA와 EPA가 많아 한 점만 먹어도 고소함과 함께 안정된 풍미가 느껴진다. DHA는 뇌의 활동에 중요한 성분으로 알려져 있고, EPA는 혈액 흐름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쓰인다. 겨울 방어는 지방층이 제대로 오르는 시기라 이 두 성분의 비율도 좋다.


특히 방어는 가다랑어 다음으로 비타민D 함량이 높은 생선이다. 비타민D는 칼슘과 인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맡고 있어 뼈를 지탱하는 데 필요하다. 이 성분은 지방과 함께 섭취할 때 체내 활용도가 높아지는데, 지방층이 잘 오른 방어는 이런 면에서 장점이 뚜렷하다. 비타민D는 겨울철 부족해지기 쉬운 영양소라 제철 방어는 맛과 구성의 균형이 맞는 음식으로 꼽힌다.


방어에는 타우린도 많이 들어 있다. 타우린은 몸의 피로를 줄이는 과정에서 쓰이는 성분으로, 에너지 소비가 많아지거나 간이 부담을 받는 날에 특히 중요하다. 시력 유지에도 관여해 꾸준히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겨울철 피로가 쉽게 쌓이는 시기와 맞물려 방어가 제철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5992_9826_4015.jpg 12월에 꼭 먹어야 하는 방어. / asyrafazizan-shutterstock.com

방어는 기온이 더 내려갈수록 맛이 깊어진다.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지방층을 더 축적하기 때문에 살결이 단단해지고 고소함이 강해진다. 크기가 큰 방어가 맛이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를 때는 눈이 맑고 표면이 반짝이며 눌렀을 때 탄력이 살아 있는 것이 좋다. 토막으로 팔리는 방어라면 단면이 깔끔하게 유지된 것을 고르는 편이 낫다.


방어를 먹을 때 고추냉이를 곁들이면 좋다. 향과 맛을 살리는 역할뿐 아니라 살균 능력도 강하다. 고추냉이의 매운맛을 만드는 두 성분은 강한 살균 작용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회를 먹을 때 함께 두면 위생적인 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다만 방어는 신선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어 속 히스티딘은 시간이 지나면 히스타민으로 변하는데, 이 물질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반드시 신선한 상태에서 먹어야 한다. 특히 대방어는 크기가 큰 만큼 죽은 직후부터 열이 빠르게 오르며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어 잡자마자 내장을 제거하고 바로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해야 한다. 회로 먹을 때는 그 자리에서 먹는 것이 가장 좋고, 남은 회는 바로 냉동한 뒤 충분히 가열해 먹는 편이 안전하다.


이처럼 겨울철 방어는 맛과 구성 성분이 잘 맞아떨어지는 생선이다. 기운이 떨어지기 쉬운 계절에 지방층이 고르게 오른 방어 한 점은 입맛을 채우는 즐거움과 함께 몸이 필요로 하는 요소까지 자연스럽게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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