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에 적었던 맹세를
첫 장을 적으며 잊고
에필로그에 적었던 약속을
책을 출간하며 잊고
범속한 생활 속에서
쉽고 빠르게 잊히는
하루를 살아가고
오늘은 어제를 잊고
내일은 오늘을 잊고
내가 삶에서 한다는 건
고작 잊는 일 밖에 없는지
오직 잊는 일만 열심히 하며 살아간다
너의 목소리를 잊고
너의 눈동자를 잊고
너의 말버릇을 잊고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꼭 붙잡는 일
잊히지 않을 기억들을
꾸준히 모으는 일
내가 해야 하는 일
잊어서는 안 되는 일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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