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
볶은 원두로 차를 내리면
검은 차가 잔에 담긴다
검은 차를 내려다 보면
어느 사나이의
얼굴이 비친다
조명도 비친다
말하자면 잔 속 그곳은
하나의 세계인데
그 세계는 빠르게 축소된다
소실되는 세계가
어느 사나이의
위장에 편입된다
검은 세계는 검은 담즙이 된다
고대 희랍 의사 히포크라테스 씨는
검은 담즙의 과잉이 우울증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우울해지긴 싫어
사나이는 히포크라테스 씨를 향해
활짝 웃어보인다
무슬림의 음료는
기독교 세계에서
이교도의 음료라서
악마의 음료라고 불리기도 했다는데
졸음을 깨우는 악마라면
루시퍼라도 숭배하겠다고
피곤한 현대인은 말한다
말하자면 잔 속 그곳은
하나의 지옥인데
그 지옥은 빠르게 확대된다
확대되는 지옥이
졸린 어른들의
새벽에 편입된다
불면의 밤에 그들은
존재했고 존재하는
악몽을 굳이 기억 속에서
추출해 밤의 잔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