敵은 本能寺에

1월 31

by 화니와 알렉산더

제가 이따위로 살고 있는 것은


공자 탓도 아니고

예수 탓도 아니고

절망적인 대한민국 공교육 탓도 아니고

제가 믿지 않는 풍수지리 탓도 아니고

제의 대동맥을 타고 흐르는 혈액 탓도 아니고


다 아니옵니다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제가 저를 믿었건대

저는 저를 배반하고


나태하였고

세상을 더 사랑하지 못하였고

사람들에게 더 친절하지 못하였고


결국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들었나이다


아케치 미츠히데는

거울 속에 있었습니다


올 겨울 강원도에서 개가 얼어 죽어도

오늘도 어제처럼 이 나라에서 어린 학생이 옥상에서 흐느껴도

들어본 적도 없는 나라에서 병에 걸린 아기가 죽어도

만나본 적도 없는 가족이 바스라진 기회를 한 움큼 움켜쥐고 절망해도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많이 지었으며

자주 의무를 소홀히 하였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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