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나라_진저허니 멀티립밤
(구매일: 2024년 1월 19일)
립밤 없이는 슬기로운 집순이 생활이 불가능하다. 바디로션을 안 발라서 몸이 건조한 건 참을 수 있는데, 립밤을 안 발라서 입술이 건조한 건 참을 수가 없다. 입술에 건조함을 느끼게 되면 하던 일에 집중이 잘 안 된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립밤이 손에 잡힐 수 있도록 집안 곳곳에 놓여있다. 정리벽이 있어서 물건이 제자리에 놓여있지 않으면 눈에 거슬리는데, 립밤만큼은 자유분방하게 흩어져있어야 눈과 마음이 편하다.
집순이 생활을 할 때에는 무조건 무색인 립밤만 바른다.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는 걸 좋아하는데, 컬러 립밤을 입술에 바르고 있으면 침구류나 파자마에 묻는 일이 생겼다. 컬러 립밤으로 생긴 얼룩만 부분 세탁하면 해결되는 일이었지만, 굳이 그런 수고를 하고 싶지 않아서 무색인 립밤만 바르게 되었다.
그런데 무색인 립밤은 클래식이라 어딜 가나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내가 원하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무색인 립밤을 찾는 건 어렵다. 나는 가성비가 좋으면서도 보습력도 좋은 립밤을 원하는데, 지금까지 수많은 브랜드의 립밤을 사용해 봤지만, 가성비가 좋으면 보습력이 약하고 보습력이 좋으면 고가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K-뷰티의 기술력이 발전하면서 국내 브랜드에서 내가 원하는 립밤이 등장했는데, 바로 ‘식물나라’ 브랜드에서 만든 <진저허니 멀티립밤>이었다.
보습이 약한 립밤은 아무리 입술에 덧바르고 덧발라도 보습이 유지되는 시간이 짧다. 게다가 덧바르는 과정에서 립밤 뚜껑을 수시로 여닫아야 하는데, 이런 반복적인 행동을 하다 보면 두 팔까지 피곤해진다. 그런데 <진저허니 멀티 립밤>은 입술에 한 번만 발라도 보습이 오랜 시간 유지되어 두 팔이 피곤할 일이 없었다. 게다가 기존의 립밤보다 대용량 크기라서 하나만 구매해도 오래 사용할 수 있었다. 대신 가격은 다른 가성비 립밤들보다는 비쌌지만, 강한 보습력을 가진 립밤이 집순이 생활의 질을 높여주는 걸 알게 되어 N차 재구매를 이어갔다.
비상사태가 벌어졌다. 사용 중이던 <진저허니 멀티 립밤>의 용량이 얼마 남지 않아서, 재구매를 하려고 올리브영 매장에 갔더니 늘 있던 제품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핸드폰으로 올리브영 온라인몰에서도 찾아봤는데 제품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쇼핑몰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 되자 ‘이거 혹시 단종된 건가?’ 싶은 생각에 불안해졌다. 누군가 이 사태에 대해서 정보를 줬으면 싶었지만,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판매 중지’라는 표시 이외에는 아무런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단종이 아니라 리뉴얼을 위해 잠시 판매가 중단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떠올렸다. 그러니 일단은 기다려 보기로 했다.
몇 달이나 지났는데도 <진저허니 멀티 립밤>이 재판매되지 않고 있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이럴 줄 알았으면 여러 개 쟁여둬야 했어’라는 후회가 든다. 물건을 구매할 때는 당장 필요한 수량만 사는 편인데, 재구매템에 관해서는 예외를 둬야 했다. 대체품이 없을 정도로 정말 나와 잘 맞는 물건이라면 살 수 있을 때 최대한 사둬야 한다. 후회가 여기서 더 커지면 단종포비아에 걸릴 것 같다.
내가 가진 마지막 <진저허니 멀티 립밤>의 용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실 진작에 다 사용하고 버렸을 수도 있는데, 단종된 분위기를 느낀 날부터 아껴서 발랐다. 다른 브랜드의 립밤과 번갈아 가며 사용했는데, 문제는 두 립밤을 사용할수록 보습력에 엄청난 차이를 느껴서 <진저허니 멀티 립밤>이 더 소중해졌다. 왜냐하면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다른 브랜드의 립밤은 열 번도 넘게 덧발랐는데도 입술이 건조하다. 그래서 집중력이 몇 번이나 깨져서 글 쓰기가 힘들었다. 아무래도 <진저허니 멀티 립밤>은 바닥에 남은 용량마저 소중하게 느껴져서 면봉으로 파서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