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앞을 지나던
한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이곳엔 두릅나무가 있는데
아직 채 자라지도 못한 것들을
이제 막 고개를 든 놈들을
누가 자꾸 캐간다며
속상해하셨다
어쩐지 나는
고개를 숙이고
누군가 날 좀 캐갔으면 좋겠다는
쓸데없는 바람을 삼키고 있었다
부러워
이른 봄
두릅이 된 내가
누군가에게 잘려나가
따듯한 물에 잠기는 꿈을 꾸었다
더 무르익어야 하는 시간을
폭삭 말라버릴까
두려워했다
나의 고요한 외침이
닿았던 것일까
할머니는 한 손 가득
덜 자란 두릅을 뜯어냈다
자신의 것을 뺏겨서
속상해하던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고개를 든다
나도 안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