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정 Jun 10. 2024

피할 수 없다면 싸워 이기리라.

10.  췌장암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큰형과 통화가 끝나고 바로 작은 형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남편은 형들과 통화하며, 수술만 잘 받으면 괜찮을 거라고 형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당분간 어머님껜 알리지 않기로 했다.     


형들과 통화하는 그를 보며, 곧 이 사실을 두 아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음이 착잡했다.

처음 췌장암이 의심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들들에게 바로 전하지 못했었다.


정확한 결과가 나오면


"췌장암이 의심되었는데, 사실은 아니었어!"라는 말을 너무 하고 싶었다.


그도 내 마음과 같았을 것이다.      


그는 고민 끝에 아들들에게 전화했다. 두 아들은 서울에서 대학원과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큰아들, 막내, 아빠가 할 이야기가 있으니 주말에 청주로 내려와라."


의 전화를 받고 내려온 두 아들과 우리는 식탁에 둘러앉았다.

그는 조직검사 결과에 대해 말했다.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울컥하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켰다.     

누구보다 건강했던 아빠의 암 확진에 아들들 라서  말을 잃었고 집안엔 정적이 흘렀다.     


걱정하는 두 아들을 마주한 그는


"아빠 이겨낼게, 아빠 믿지?

우리 아들들 장가가는 것도 보고 예쁜 며느리도 봐야지. 자 손녀도 보고 싶고.."         


두 아들은 아빠의 손을 꼭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큰아들은 의사인 친구 지인들에게 전화해서 아빠 상황을 알리며 의견을 구했다.


며칠 뒤, 여기저기 알아 아들들은 가족 단톡방에 암 치료와 관련해 희망적인 소식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수술 후 회복한 환자의 사례, 아빠가 수술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등.. 단톡에 올라오는 소식들 속에 그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려는 아들들의 정성이 느껴졌다.

그때 나는 사실, 아들들 마음까지 챙길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 당시 마음이 어땠었는지, 며칠 전에 전화해서 다시 물어봤다.     


두 아들은 아빠가 당연히 완치될 거라 믿었고, 아빠의 건재함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도, 가족, 친척, 지인 그 누구도

그가 이 병으로 인해 잘못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는 암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              



 

5주 차, 소화기 내과 교수님에서 (간담췌) 외과 교수님으로 주치의가 변경되었다.     

그때쯤 80kg이던 그는 체중이 3~4kg 정도 빠져있었다. 스트레스도 한몫했다. 하지만 통증도 없었고 체중감소 외에 특이점은 없었다. 피검사 수치 모두 정상 범위였다.               


외과 교수님과의 면담을 시작했다.

교수님은 검사 결과와 영상 자료들을 차근차근 보여 주며 이후 치료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췌장 미부(꼬리) 쪽에 종양이 있었다. 조기에 발견된 케이스라며 수술을 권유했고, 수술 후 전이나 잔여 암 제거를 위해 항암도 해야 한다고 했다.     


수술과 항암, 듣기만 해도 무서운 단어들이 이제는 우리 일이 되어 있었다.     


그가 의사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수술하면 완치할 수 있는 건가요?

"수술이 완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췌장암이 생존율이 낮고 힘든 암이긴 하지만, 전이만 없다면 완치 가능성도 열려있었다.     

췌장암 국내 최고 권위자셨고 수술 성공률도 높은 의사 선생님이셨다.

우리는 완치될 가능성에 희망을 걸었. 두려웠지만 수술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점차 우리의 상황을 인정하고 암을 이겨내자는 쪽으로 의기투합했다. 암을 정복하고  21세기 아니었던가. 둘 다 낙천적인 성격이었고 더구나 그는 우주 최강 긍정의 아이콘이었다.   


나는 우선, 그의 식단 관리를 위해 '암 환자에게 좋은 음식' 관련된 책을 여러 권 구입했다. 그리고 암 환 관련 카페에서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처음엔 자료도 너무 많고 어느 게 올바른 정보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으며 료를 모아나갔다


그는 암 환자로, 나는 그의 보호자로,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삶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피할 수 없다면 싸워 이기리라.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으니 이제 알아가 보자!     


그렇게 췌장암과의 긴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전 09화 사랑이 넘치면 아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