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 검사를 예약하고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메이저 병원의 진료는 우리의 조급한 마음과는 달리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1주일 후로잡힌 MRI 검사, 검사 후 다시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한 진료 예약, 그리고 교수님과의 면담.
그렇게 우리 집과(우리가 살고 있는 청주)서울을 오가며 검사와 진료를 이어갔다.
결국, 조직검사를 하기 위해 입원했다.
조직검사 결과를 듣기까지, 처음 응급실로 향했던 그날로부터 4주의 시간이 지나갔다.
더디게 흐르는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함께였고, 희망은 그 시간을 견디게 했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나는 그가 주었던 기도를 많이 할수록 반짝이는 묵주를 서랍 속에서 찾았다. 그리고 기도했다.
묵주가 반짝이면 우리의 마음도 다시 반짝일 거라 믿으며...
의사는 조직검사 결과지를 들고 우리 병실로 들어왔다. 마음 졸이며 기다렸던 조직검사 결과는 우리의 믿음과 예상을 빗나갔다. 피하고 싶었고 아니길 바랐던 췌장암이었다. 의사는 종양 크기가 작아 다행히 수술할 수 있고, 수술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확률적으로 운이 좋은 거라고말했다. 하지만, 암이 아니라고 끝까지 믿고 싶었던 우리에게는 절망적인 소식이었다.
그가 암 환자라니, 그것도 췌장암이라니.. 우리에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너무 두려웠다.
의사가 병실에서 나간 뒤 우린 참았던 울음이 터지고야 말았다.
'암이 아니길 얼마나 바랐던가.. 그냥 일상으로 돌아가길 얼마나 기도했던가...'
큰애가 중1 때, 그는 지방 공장의 외주 관리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던 그와 주말부부가 시작되었다. 다시 통합 팀장을 맡아 본사로 돌아오기까지 10여 년을 주말부부로 생활했었다. 그 시간이 우리에게는 애틋했고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그를 사랑하고 존경했다. 어려웠던 지방 외주관리팀장을 마무리하고, 이제 막 청주로 돌아와 편안해진 그였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이 사람 불쌍해서 어떡하지.., '
울다가 바라본 그는 눈에도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런 그가 날 토닥이며 말했다.
괜찮아... 신랑 알잖아, 튼튼한 거!, 잘 이겨내서 너 옆에 오래오래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