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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Dec 14. 2020

눈이 내린 날

눈을 보면 가슴이 설렌다.

첫눈이 아니어도 일기예보에 눈이 온다고 하면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눈이 올 것 같다고 하면  자꾸만 하늘을 보며 눈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눈의 종류에는 함박눈, 싸락눈, 가루눈, 날린 눈, 진눈깨비가 있다.

그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눈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낮에 내리는 함박눈이 좋다. 어린 시절 함박눈이 내리면 하늘 저 멀리 잿빛 눈덩이들이 나를 향해 쏟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친구들과 두 팔을 벌려 빙글빙글 돌며 하늘을 바라보고, 입을 크게 벌려 혀를 내밀어 눈을 받아먹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함박눈이 내리는 날은 날씨가 포근하다.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고 놀았던 많은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두 번째는 밤에 내리는 싸락눈이다. 싸락눈은 추운 날 내렸던 기억이 난다. 추운 겨울밤 밖에서는 싸락눈이 내리고 따뜻한 방에서  놀고 있으면 엄마가 꺼내 주 썼던 잘 익은 연시는 얼마나 맛있고 달콤했던가 잠자리에 누워도 싸락눈 내리는 사그락 사그락 눈 내리는 소리는 지금도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다.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에 눈이온 다는 표시가 되어있어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을 기다렸다. 아침 잠결에 들으니 추적추적 눈 내리는 소리가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내리며 녹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창밖으로 보였던 소나무 위의  눈이 금방 녹아내렸다. 몇 년째 눈이 내리지 않아서 나는 눈이 오면 산으로 올라간다. 조금 내리는 눈이라도 보아야 된다는 생각에서 산으로 올라갔다.

벌써 부지런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눈의 흔적은 조금 남아 있지만 눈이 오고 내일부터 추워질 것을 생각하니 오늘 빨리 녹고 있는 눈이 고맙다는 생각도 든다.

자연 생태계는 너무 아름답다. 산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나무의 굴속에서 새싹이 싹을 틔우고 있는 것을 보며 그 싹이 잘 자랄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산을 한 바퀴 돌아 걷다 보니 아직 지지 않은 예쁜 단풍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온난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 숲길을 걸으며 로버트 프로스트의 '눈 오는 날 숲가에 서서'란 시가 생각났다. 눈이 펑펑 내려서 너무 아름다운 황홀경에 접하고 싶다. 시인처럼 숲가에 멈처서서 눈 가득 쌓인 숲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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