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천히 참고 기다려주기
처음 만났을 때 그 아이는 초등 2학년이었다.
작은 키에 얼굴도 작은 남자아이였다.
책상 앞에 앉으면 아이는 연필을 잡은 손을 책상 밑으로 하고
책상의 뒷면을 연필로 직직 문질러 댔다.
"저... 공부하기 싫어요.
저... 조금만 하면 안 돼요,
저... 힘들어요.
저.... 그만 할래요."
학습부진아들에게서 나타나는 말들이다.
6개월쯤 후
"저~ 조금 더 하고 싶어요."
"안돼~ 그 만 해"
"아뇨 저 더 하고 싶어요"
"그래, 그럼 두 문제만"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늘려가던 어느 날
학교 기말시험에서 수학을 90점 받아왔다.
엄마는 아이가 어떤지도 모르는 듯
왜 성적이 안 올르냐고 한다.
그렇게 2년 정도의 세월이 흘러갔고
영수는 걸음마를 처음 배우는 아이처럼
재미있게 학습도 늘어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비명을 질렀다.
그 이유는 영어 단어를 100점 맞았다.
영수는 자기가 영어 단어를 외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00점을 받은 기분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만했다.
자 신 감 이 그 어떤 아이보다도 크게 작용했다.
그러면서 학교 시험이 점점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 에게도 사춘기가 찾아왔다.
나와 이별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찾아왔다.
병을 앓고 난 아이처럼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저 공부하고 싶어요."
내가 그때 왜 쉬었는지 모르겠어요.
그 아이는 그렇게 공부를 시작했고
열심히 공부를 했다.
무슨 이유였을까?
그 아이는 또 쉬게 되었다.
아니 그만둬 버렸다.
얼마 전 그 아이는 나를 찾아왔다.
학교에서 수학을 95점 받았다고
혼자서 공부를 해도 이젠 잘하게 되었다고
그런데 선생님이 다른 과목 도와주겠다고 했을 때
자기가 왜 거절을 했는지 그것이 후회가 된다고,
그 아이는 국어를 잘 못했다.
그래서 국어를 남아서 함께 하자고 권했었다.
그것이 후회가 된다고~
그 아이는 실업계고등학교에 합격했다.
중학교에서도, 실업계고등학교 면접에서도,
그 성적이면 인문계로 가서 대학을 가지 왜 실업계를 지원했느냐고,
실업계 고등학교 면접시험을 보면서 본인이 진로 선택을 잘못했음을 알았다고
후회를 하게 되었음을 말하고 싶어서 찾아온 것이었다.
그래서 우린 많은 말을 주고받았다.
선택의 길은 다시 찾아올 것이고
그 아이는 더 힘차게 도전할 것이란 의지를 보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