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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Feb 12. 2024

등산화

발뒤꿈치에 피가 났다.

아이들도 다 컸고

하반신불구셨던 시어머니도 다섯 딸들의 요구에 요양원으로 가셨다.

쫓기던 시간에 구멍이 난 것 같았다.

그때서 거울을 보니 내 머리도 흰머리가 나오고 있었다.


구멍 난 시간을 무엇인가로 메우고 싶어서 백화점에 갔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등산복코너에 갔다.

내가 20대에는 코오롱등산화가 최고였다. 

금강이나 랜드로바에서 수입등산화를 팔기는 했지만

그래도 코롱등산화는 사면 10년은 거뜬히 신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난 등산화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그래서 코오롱매장에서 예쁜 등산화를 하나 샀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선물한 것이다.



코오롱등산화



그 등산화를 신고 12월 24일 광교산에 갔다

그곳에서 나는 손목 골절이 생겼다. 

코롱등산화는 엄청 미끄러웠다. 

내가 20대에 신던 코오롱 등산화가 아니었다.

골절을 치료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수술도 잘되고, 예쁘게 잘 아물었는데 뇌에서 정신적 충격은 대단했던 것 같다.

그 충격은 6년이 지난 지금도 미끄러운 곳을 내려올 때 팔이 뻣뻣해진다.

https://sunnyun.tistory.com/323


그 후 코로나19가 오고 마음이 답답해졌다. 

산악회차가 운행을 하지 않아서 더욱 그랬다. 

컴퓨터를 하다 우연히 산림청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숲길등산지도사 교육에 대한 것을 발견하고 그해

숲길등산지도사자격증을 받게 되면서 산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그래서 코오롱등산화를 들고 백화점매장에 갔다. 

등산화 바닥이 미끄럽다고 창갈이를 해달라고 했다.

코오롱매장직원은 코오롱등산화바닥이 미끄러울 리 없다고 했다.

나는 손목골절 수술자국을 보여주며 이 등산화를 신고 미끄러졌다고 하며 창갈이를 요청했다.


창갈이한 코롱등산화


며칠 후 창갈이되어 도착한 등산화는 정말 우스운 모양이 되어 내게 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등산화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산을 다니며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우리 산에는 캠프라인등산화가 최고라고 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낯설었다.

나도 사고 싶었다. 캠프라인등산화는 안 미끄럽다는데 하며 캠프라인 매장이 어디 있을까 찾아가 보기도 했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던 습관이 있던 나는 쉽게 캠프라인 매장에서 살 수가 없었다.

숲길등산지도사를 공부하면서 그곳에서 릿지화를 신고 암벽을 했는데 그때 신은 신발이 캠프라인 릿지화였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애지중지하는 등산화는 보고 듣지 못하던 잠발란, 로바, 마인들 이름들을 들으며 다음에는 나도 좋은 등산화를 구입해야지 했다.



창갈이한 등산화


등산화를 구입해야지 하는 생각은 잊고, 창갈이한 등산화를 신고 백두대간을 시작했다.

등산화는 내 발에 잘 적응되어 어떻게 신어도 편안한 신발이었다.

그런데 아이젠의 문제였는지 백두대간 10번째 야간산행에서 발뒤꿈치가 아픈 것을 참고 걸었더니 등산화를 벗고 양말을 갈아 신으려 보았더니 발뒤꿈치가 세 겹정도 살이 까져서 피가 나고 있었다.



발목 까진 곳


너무 아파서 신발을 신을 수가 없었다. 

발뒤꿈치가 까진 날 백두대간 길에서 함께 걷던 언니가

"등산한때 10점 만점이라고 한다면 도구가 9고 체력이 1이야."

라고 한말이 머리에서 맴돌았다. 

나는 나에게 매우 인색하다.

나를 위해 돈을 쓰는 것도 그렇지만 모든 면에서 여유롭게 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힘든 일도 꾹 참고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 내 발뒤꿈치에 상처가 나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남편한테 생일선물로 등산화를 사달라고 했다.

생일선물을 사달라고 한 것은 결혼 30년이 넘었는데 처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등산화를  어디에서 사지?'

백두 대간하면서 남덕유산 야간산행 때 롱디대장님이 용인에 삼가역에 가면 있다고 했는데 하고 있는데 매일후미로 오는 짝꿍이 전화가 왔다. 롱디대장님이 알려준 매장에서 등산화를 구입했다고, 그래서 연락처를 달라고 했더니 명함 한 장을 보내줬다. 

남편과 나는 차를 타고 1시간을 가서 마운틴하우스 용인점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미리 전화로 상담을 해서 여사장님은 등산화를 골라놓으셨다고 한다.


등산화구입 전 보내준 사진
로바까미노에 보 W


로바 까미노 에보 W 48만 원인데 20% 할인행사기간이라고 해서 38만 원에 구입하게 되는 행운도 얻었다. 그리고 등산화에 맞는 아이젠도 새로 하나 구입했다. 

등산화를 구입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운틴하우스 용인점 여사장님께서 카톡을 하셨다.


카톡


백화점에서 신발을 사거나 등산화를 사도 안전산행하세요. 하는 점원이 없었는데 내심 기분이 좋았다.

애마라는 표현도 좋았다. 

나는 11번째 백두대간부터는 로바 까미노 에바 W를 신고 걷게 될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명절연휴 전날 등산화를 구입해 거실에 놓고 지나가며 쳐다볼 적마다 미소가 떠올랐다.

마운틴하우스 용인매장에서 이것저것 사진을 찍어온 것으로 블로그에 올렸다.

왜냐하면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시고 등산을 하면서 매장을 운영하시는 분이라 제품에 대하여 너무 잘 알고 잘 찾아주시는 분이다. 그리고 가족처럼 대하시는 마음이 너무 좋아 나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과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https://bush.tistory.com/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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