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에도 이어지는 사랑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착하길

by 리치그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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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나면, 모든 것이 끊어져 버린 것 같은 허무함이 몰려온다.


매일 듣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 다시는 눈을 맞추며 대화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을 찢어 놓는다.

나 역시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나서 가장 힘들었던 건, 이제 더 이상 함께할 ‘물리적인 시간’이 없다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관계는 육신의 유무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이 떠난 후에도, 그 사람과의 기억과 마음의 연결은 여전히 살아 있다.


엄마가 좋아하던 떡과 빵을 내가 맛있게 먹을 때,

아빠가 늘 물으시던 “밥은 먹었냐?”라는 말을 어느새 내가 내 아이들에게 똑같이 묻고 있을 때, 엄마 아빠가 내 안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삶에 스며든 습관과 말투, 가치관, 그리고 사랑의 방식 속에서 그분들은 계속 나와 함께하고 있었다.


우리는 종종 ‘죽음은 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 역시 그랬고 한동안은 삶이 허망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날 향한 부모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살아 있는 동안 주고받았던 따뜻함과 기억은 내 안에서 여전히 호흡하며,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준다.


가끔 하늘을 보며 속삭인다.

“엄마, 오늘은 몸이 좀 안 좋아.”

“아빠, 저 오늘 중요한 일이 있어요.”

대답은 들을 수 없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이 내 마음을 정리해 주고, 마치 곁에서 응원해 주는 듯한 위로가 느껴진다.

이제는 넓고 푸른 하늘이 내 엄마이고, 아빠이다.


사랑은 모양을 바꾸어 계속된다.

함께 웃고, 손잡던 시간은 비록 멈췄지만, 그 사랑은 나의 삶 속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떠남은 끝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이어지는 동행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믿음이, 이별의 고통을 견디게 해주는 가장 따뜻한 힘이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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