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착하길
돌아보면 지난 4~5년이라는 시간은 나에게 ’끊어진 실‘ 같았다.
엄마의 말기암, 아빠의 급격한 치매, 남편과 나의 암 진단과 수술, 길고도 고단했던 간병의 날들, 그리고 이별의 순간까지...
삶은 한 올 한 올 풀려나가며 나를 허공에 흩어지게 했다.
허망한 마음에 몇 년을 무기력하게 흘려보냈다.
현실을 외면하려는 듯, OTT 드라마 속으로 도망쳤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려 며칠 밤을 새우고, 출근하고, 또 밤을 새우며 좀비처럼 지냈다.
사실 슬픔이 올까 두려워 드라마라는 가상의 공간에 숨었던 것이다.
그 무기력한 시간을 끊어낸 건 “올해는 좀 달라지고 싶다”는 새해의 다짐이었다.
2023년 12월 아빠마저 세상을 떠났을 때는 너무 큰 상실감에 2024년 새해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는데, 그 사실을 2025년이 밝으며 비로소 깨달았다.
사실 나는 3년 전인 2022년 3월에 유방암 수술 후 블로그를 시작했다가, 6개월 만인 2022년 9월 엄마가 돌아가신 뒤 슬픔에 빠져 오랫동안 닫아 두었다.
그런데 새해의 다짐으로 다시 블로그를 열고 글을 쓰자, 여러 이웃들과 소통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좋은 자극을 받게 되었다.
덕분에 독서를 다시 시작했고, 독서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글이 쓰고 싶어졌다.
그러다 결국 블로그 이웃님이었던 황상열 작가님의 책 쓰기 수업에 덜컥 신청해 버렸다.
황상열 작가님이 나누어주신 글 중 유난히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문장이 있다.
글을 쓰는 동안 우리는 생각을 정리하고, 경험을 되짚으며, 감정을 치유합니다.
한 줄을 쓰기 위해 읽고, 조사하고, 성찰하는 그 시간 속에서 이미 작가로서 한 발씩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완성은 잠시지만, 쓰는 습관과 태도는 평생 갑니다.
그래서 책 쓰기의 진짜 가치는 끝낸 순간이 아니라 써 내려간 모든 날들 속에 있습니다.
<황상열 작가>
글을 쓴다는 건 마치 떨어져 나간 조각들을 다시 모으는 바느질 같았다.
엉킨 마음을 한 줄 한 줄 풀어내고, 흩어진 기억을 단어로 이어 붙이며 나는 조금씩 다시 ‘나답게’ 서기 시작했다.
글은 내 고통을 지우지는 못했지만, 그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언어로 바꾸어 주었다.
책을 쓴다는 건, 독자에게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쓰는 동안 나는 나를 만나고, 나를 치유하며, 결국 한 권의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옵니다.
<황상열 작가>
나는 글을 쓰며 이미 떠난 부모님에게도, 그때의 나 자신에게도 조용히 말을 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답은 언제나 내 안에서 되돌아왔다.
삶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나는 여전히 상처투성이다.
그러나 글을 쓰며 알게 되었다.
찢어진 마음에도 바늘과 실이 닿으면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바느질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도 나는 글로 삶을 다시 꿰매는 중이다.
삶의 천이 조금 울고 비뚤어져도, 꿰매어 가는 손길 속에서 나는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회복임을 믿는다.